굴리는 돈 늘면 뭐하나…생보사 투자 성적 '암울'
운용자산 9.1%↑총자산 8.3%↑…투자영업수익은 78.4% 급감
여전히 불확실성 가득한 금융시장…깊어지는 보험사들의 고민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굴리는 자산 규모가 1년 새 70조원 가까이 늘면서 800조원을 향해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크게 줄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끝나간다고는 하지만, 여전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생보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공시된 재무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영업 중인 25개 생보사의 총 자산은 775조5316억원으로 전년 동기(707조753억원) 대비 9.7%(68조4563억원) 증가했다. 운용자산 역시 612조9595억원으로 같은 기간(558조7620억원) 대비 9.7%(5420억원) 늘었다.
생명보험협회의 월간생명보험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생보사들의 투자영업수익은 1186억원으로 전년 동월(5489억원) 대비 78.4%(4303억원) 급감했다.
전체 생보사 중 4분의 1이 넘는 7개사가 투자에서 적자를 냈다. 한화생명은 한 달 사이에만 무려 1101억원에 달하는 투자영업손실을 냈다. 이밖에 ▲교보생명(-666억원) ▲미래에셋생명(-611억원) ▲NH농협생명(-489억원) ▲동양생명(-401억원) ▲흥국생명(-304억원) ▲KDB생명(-293억원) 등이 투자영업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플러스를 기록한 나머지 생보사들의 사정도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18개사 중 절반인 9군데가 1년 전에 비해 투자수익이 쪼그라들었다. 가장 감소세가 가팔랐던 현대라이프생명의 경우 투자영업수익이 221억원에서 21억원으로 90.5% 급감할 정도였다. IBK연금보험은 투자영업수익이 31억원에서 6억원으로 80.6% 줄며 겨우 적자를 면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투자수익이 크게 불어난 생보사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메트라이프생명의 투자영업수익은 115억원에서 227억원으로 97.4% 급증하며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처브라이프생명은 30억원에서 49억원으로, 하나생명은 78억원에서 127억원으로 각각 63.3%, 62.8% 증가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초저금리 시대에서 탈출할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도 투자 전략을 세우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기준 금리를 올리면서 올해 투자 여건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출범 등 불확실성도 함께 커진 것이 사실"이라며 "받은 보험료를 잘 굴려 다시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생보사들로서는 녹록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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