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발목' 삼성·현대차 등 올해 투자 미정....SK만 대규모 투자
SK그룹, 17조 투자·국내만 11조...LG, 7조7600억
삼성·현대차 등 최순실 사태에 발목...한화·효성도 '미정'
SK그룹, 17조 투자·국내 투자 11조...LG, 2조7600억
삼성·현대차 등 최순실 사태에 발목...한화·효성도 '미정'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주요 대기업들의 새해 투자계획도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일찌감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반면,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내부 검토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SK그룹은 26일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총 1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16개 계열사들의 투자계획을 종합한 내용으로, 지난해 투자실적인 14조원보다 20%가량 늘어났다.
특히 전체 투자액 중 65%에 해당하는 11조원을 국내 시설에 투자키로 했다. 국내 시설 투자규모가 10조원을 넘어 최대 11조원에 달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7조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10나노급 D램 양산과 72단 3D 낸드플래시 부문에 투자를 집중한다. 하반기에는 중장기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충북 청주에 신규 공장 건설을 시작한다.
SK텔레콤은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자율주행·5G 등 정보통신기슬(ICT) 신산업에 3년간 11조원을 투자하며, SK이노베이션은 화학, 석유개발, 배터리 사업 분야 등에 올해에만 3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
SK그룹 차원에서도 국내외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M&A와 지분투자 등 전략적인 투자에 4조9000억원을 투입한다. 지난해 전략적 투자규모(3조1000억원) 보다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LG그룹도 LG디스플레이가 OLED 생산라인 등에 5조원을 투자하고, LG화학이 전지부문 9000억원을 포함해 2조76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총 7조7600억원의 계열사별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반면, 다른 대기업들은 대규모 투자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은 최순실 특검에 발목이 잡혀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특검수사와 재판 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영장이 기각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피의자신분인데다 출국금지조치까지 된 상황이라 대규모 투자나 기업인수합병 등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올해 투자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25일 열린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시설 투자규모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매년 1월 하순 열리는 전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정확한 투자 액수를 공개하지는 않아도 “작년과 같은 수준” 혹은 “작년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라며 대략적인 수준을 공개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검찰 수사 등 내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사도 연기한 상황이라 신규 투자 등을 확정짓기 쉽지 않다”며 “과거에 결정된 투자 사항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검찰 수사로 정기인사도 연기한 상황이라 신규 투자 등 올해 사업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25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 자동차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기존 수립된 중장기 투자계획의 일환으로, 올해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마련하진 못했다.
최근 올해부터 5년간 미국에 31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 역시 일부는 미래 신기술 관련 R&D 투자의 일환이고, 나머지는 기존 생산시설 환경개선과 같은 유지비용이다.
통상 연말에 발표됐던 정기인사를 설 연휴 이후로 미뤄놓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라 새해 투자계획을 확정하기 힘든 형편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일단 인사 부분부터 정리된 후에야 투자를 비롯한 구체적인 사업계획 수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한화, 효성 등 다른 대기업들도 올해 투자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국내외 정세 불안으로 투자계획을 수립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겠지만, 설령 투자계획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더라도 굳이 발표하지 않는 기업들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투자는 경제 활성화나 일자리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투자계획 발표는 기업이 정부에 주는 일종의 선물로 인식돼 왔다”면서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또다시 무엇인가 내놓아야 하니, 지금과 같은 대통령 탄핵 정국에는 투자계획 발표를 미루는 이들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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