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반도체 분할 회사는 누구 품에?
미국 WD 인수유력... 삼성전자에 이어 낸드플래시 시장 2위
SK하이닉스도 복병...도시바 반도체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지도 주목
미국 WD 인수유력...삼성전자에 이어 낸드플래시 시장 2위
SK하이닉스도 유력...도시바 반도체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지도 주목
전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업체인 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을 분사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분할회사를 누가 인수할지 주목되고 있다.
30일 외신과 반도체업계 등에 따르면 도시바에서 분사하는 반도체 사업을 인수할 대상자로는 사업협력 관계에 있는 웨스턴디지털(WD)을 비롯, 프라이빗에쿼티(PEF·사모펀드), 일본정책투자은행(DBJ), SK하이닉스 등이 꼽히고 있다.
이 중 가장 유력한 인수 대상자로는 미국의 대표 하드디스크(HDD) 기업 웨스턴 디지털(WD)이 거론된다. 웨스턴디지털은 현재 반도체 제조 거점인 미에현 요카이치공장을 도시바와 공동 경영하고 있어 인수 대상자로는 최적이라는 평가다.
PEF나 DBJ 등 금융권이 주요 후보자로 꼽히는 가운데 도시바와 협력관계에 있는 SK하이닉스도 복병으로 주목된다.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D램에 비해 낸드플래시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하다는 점도 이번 인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6일 진행된 4분기 실적컨퍼런스콜에서 다른 업체들과의 제휴 가능성에 대해 "도시바에 대해서는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혀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도시바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이사회를 통해 반도체 사업을 분사하고 외부 투자를 받는 방안을 승인했다. 이사회의 승인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분사 결정은 미국 원자력 발전 사업에서 발생한 수천억엔 규모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다. 도시바는 분사 후 신설회사의 지분 20%가량을 매각, 확보한 자금으로 재무구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도시바는 D램과 함께 메모리반도체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업체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장점이 있어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의 주요 저장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낸드플래시를 발명한 도시바는 2D 낸드 제품에서의 공정경쟁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으나 3D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투자가 한 발 늦으면서 삼성전자와 기술 격차가 벌어졌다.
따라서 낸드플래시 원조 격인 도시바가 자금 문제를 털고 투자와 개발에 집중한다면 경쟁력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사업에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면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도 좁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는 "도시바의 분사는 더 많은 유연성과 자금 능력을 갖추게 해 낸드플래시 생산 능력과 스토리지 제품 개발 효율성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분사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긴급조치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수조원대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반도체 사업에서의 투자 여력 증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향후 도시바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가 37억44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36.6%의 점유율로 도시바(19.8%·20억2600만달러)를 배 가까운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의 격차로 지난 2012년 초 한 때 0.9% 포인트 차로 좁혀졌던 점유율 격차는 이제 거의 더블스코어 차로 벌어졌다. 양사의 격차는 지난해 1분기 10%포인트 선까지 좁혀졌으나 시장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한 2분기부터 다시 벌어졌다.
하지만 3위인 웨스턴디지털이 샌디스크 합병 효과로 매출을 늘리며 점유율이 17.1%에 이르고 있어 도시바의 분할회사를 인수하면 단순 수치상으로는 삼성전자를 넘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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