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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이대로면 '빅텐트' 어려워…안철수 등 '진보' 노선에 휘청


입력 2017.01.31 11:42 수정 2017.01.31 14:32        문현구 기자

반, 진보 노선 수용 못할 경우 '빅텐트' 배제 가능성

'빅텐트' 보다 '보수층' 외연 확장 주력해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초청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른바 '제3지대'에 세력을 모아 정치적 역량을 모으는 '빅텐트'론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입지가 자꾸 위축되고 있어 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설 연휴에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등을 잇따라 만나면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벌였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명확한 노선을 설정하지 않고서는 어디와도 힘을 합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손학규 의장과 박지원 대표 등은 보수세력과의 단절을 통한 진보 성향의 노선을 택하는 것을 계속 주문하면서 반 전 총장과의 '거리 두기'에 한창인 모습이다.

반기문, '빅텐트' 진보 노선 수용 못할 경우 '제외' 가능성 커

박 대표 등이 주장하는 '빅텐트'와 반 전 총장의 시각이 우선 다르다는 점에서 쉽게 통합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표 경우에는 당 소속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의 의견과도 맥락을 같이 하고 있어 '빅텐트'의 방향이 어떻게 흐르는지를 엿볼 수 있다.

박 대표는 3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는 정체성이 비슷한 분들 및 그 세력과 '빅텐트'를 쳐서 (우리)당에서 강한 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자는 것이고, 반 전 총장은 진보와 보수가 함께하는 통합 텐트를 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각 세력별로 '빅텐트'에 대한 생각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발언이다. 현재까지의 흐름으로는 반 전 총장이 안 전 대표 등이 내세우며 추진 중인 진보 시각의 '빅텐트'에 쉽사리 동참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의 '빅텐트' 참여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부터 살펴보자면, '가진 것이 없다'는 부분이다. 10년 동안 국제기구 수장으로서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예상되는 '조기대선'에서 유권자 등이 기대하는 지도자상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치노선에 대한 명확한 방향 설정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빅텐트'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빅텐트' 주도, 손학규·안철수(박지원)·김종인 등이 이끌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귀국 후 현재까지 어떠한 역량이나 비전 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약점이다. 거기에다가 '세 형성'을 못한 상황에서 안 전 대표 등 진보노선 그룹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것에 대해 누가 응할 수 있겠느냐"며 "'빅텐트'를 논의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을 맞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미 대선을 향해 정책 노선이나 '개헌' 등 각종 정치 주제들을 선점하거나 추진하는 각 정당의 후보들과는 달리 반 전 총장은 그동안 보수-진보 양측 그룹들을 오가며 논의하는 수준에 머문 것이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손학규 의장, 박지원 대표(안 전 대표 포함),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을 축으로 하는 '빅텐트'가 대선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사실상 반 전 총장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오찬에서 고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아울러 '바른정당' 등 보수권 정당에서도 반 전 총장에 대한 지지세력이 좀체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반 전 총장의 활동상황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예고됐던 충청권 의원들의 새누리당 탈당도 주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 전 총장의 활동 방향을 빨리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빅텐트' 보다는 자체 세력을 형성하면서 국제기구 수장으로서 활약할 때 보여준 외교력과 안보 대처 능력을 각인시킬 만한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반 전 총장의 잠재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보수층을 끌어안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빅텐트'를 주도하는 박지원 대표 등이 이미 '손을 잡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등 반 전 총장과 선을 긋고 있다"면서 "반 전 총장은 외연 확장을 위해 보수층 그룹을 확실히 붙잡지 않으면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에 반 전 총장도 노선 변화 필요성을 의식한 듯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권영세 전 주중국대사 등 보수권 인사들을 선거캠프에 중용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초 기대했던 반 전 총장 주도의 '빅텐트'가 제대로 기둥도 박지 못하는 상황을 맞으면서 '빅텐트'의 향방이 어떻게 흐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현구 기자 (moonh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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