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러브’ 쌍포 막은 것은 GS칼텍스 구단주?

장충체육관 = 김평호 기자

입력 2017.02.02 06:29  수정 2017.02.02 16:51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장충체육관 찾아 눈길

감독과 선수들도 사전에 인지, 부담감 이겨내

선두 흥국생명을 격파한 GS칼텍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GS칼텍스

프로배구 여자부 선두 흥국생명을 상대하는 모든 팀들에게 '알면서도 당하는' 이재영-러브 쌍포는 크나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1일 흥국생명전을 앞두고 있던 GS칼텍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경기 직전 만난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상대팀 주포 이재영과 러브에 대해 “다른팀들도 계속 당하고 있는데 우리도 똑같다”며 난색을 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차 감독은 “우리는 서브가 장점인데 그 부분을 십분 발휘해야 할 것 같다. 부상 중인 (조)송화보다는 바뀐 세터(김도희)가 흔들릴 것이라 보고, 그러면 우리 쪽으로 승산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차 감독의 말대로 GS칼텍스는 이날 강한 서브를 꽂아 넣으며 흥국생명의 리시브를 흔들었습니다. 1세트 시작부터 표승주가 이재영을 향한 강한 서브로 리시브를 흔들더니 6연속 서브로 기선을 제압 했습니다.

이후에도 GS칼텍스는 이소영, 이영은 물론 세터 이나연까지 연거푸 강한 서브로 흥국생명의 리시브를 흔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재영을 대신해 리시브에 나섰던 신연경은 결국 세트 도중 교체됐고, 리베로 한지현이 리시브를 하려다 동료와 동선이 겹치면서 세터로 나선 김도희가 토스 하기 좋은 공이 나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2세트 한 때 흔들리는 리시브에 러브의 공격이 허무하게 아웃되자 박미희 감독은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결국 GS칼텍스는 2세트까지 러브와 이재영의 득점을 각각 8점과 6점으로 묶으며 이날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승리의 수훈갑은 또 다른 곳에도 있었습니다. 이날 경기가 열린 장충체육관에는 구단주인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이 방문해 눈길을 모았습니다. 감독과 선수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법도 한데 오히려 분발하는 계기가 됐나 봅니다.

경기 후 차상현 감독은 “처음에 부담이 될까봐 위에서도 말하지 말라했는데 일부러 선수들에게 얘기를 했다”고 밝혀 눈길을 모았습니다.

차 감독은 “모르고 있다 당황하는 것 보다 나을 것이라 생각해 2주전부터 얘기했다. 나 혼자 부담스러울 수 없다. 선수들도 같이 부담스러워야한다”고 말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수훈 선수로 꼽힌 황민경 선수는 “오늘 이겨야 된다고 감독님이 계속 얘기했다”며 “부담 갖더라도 이겨야 된다. 부담감을 이기라고 강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방문을 대비해) 긴박한 상황을 연출해서 훈련했고, 그것이 도움이 됐다”며 “계속 듀스 상황을 연출해서 20-20 이후 연습을 많이 했다”고 허 구단주 방문을 앞둔 선수단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서브 외에도 GS칼텍스 선수들은 이날 허 구단주가 지켜보는 앞에서 코트에 몸을 던지는 허슬 플레이를 잇따라 선보이며 흥국생명의 거센 추격을 뿌리쳤습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구단주가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오셨다”며 “한 시즌에 한두 번 방문하는데 올 시즌은 처음”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올 시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허진수 회장의 경기장 방문은 우연치 않게 ‘승리의 파랑새’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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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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