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권력기반 흔들리나?…김정남 피살 배경은
전문가 "북 내부 정치적 움직임과 연관됐을 가능성 있어"
김정남, 3대 세습 노골적으로 비판해 김정은의 '눈엣가시'
전문가 "북 내부 정치적 움직임과 연관됐을 가능성 있어"
김정남, 3대 세습 노골적으로 비판해 김정은의 '눈엣가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 정권에 의한 암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살해 이유나 근거는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김정남은 13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신원 미상의 여성에 의해 독살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을 뿐, 살해범의 정체와 살해 도구 등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현재 김정남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들을 추적하고 있지만 아직 행방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김정남을 제거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자신의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고자 잠재적 위협 요소인 김정남을 제거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때 김정일의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던 김정남은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지는 이른바 '백두혈통'의 장자라는 점에서 김정은의 권력 장악에 걸림돌로 여겨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5일 본보에 "최근 북한의 내부 정치적 상황에 김정남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자의에 의한 것이든 타의에 의한 것이든 김정남이 김정은에게 위협이 되는 북한 내외의 모종의 정치적 움직임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갑작스럽게 사건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김정남을 옹립하려는 사소한 움직임이나 목소리가 제기되는 등 김정은의 권력 유지에 위협을 주는 상황이 전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본격적인 김정은의 우상화를 앞두고 걸림돌이 될 만한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암살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김정남이 실제 북한 당국에 의해 피살된 것이라면 김정은의 지시나 동의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김정남을 감시해온 북한 정찰총국이 이번 사건에 개입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남은 그가 김정일의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후계자로 결정되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오랫동안 다양한 경로를 통해 3대 세습과 북한체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출했다"며 "호화스러운 생활을 영위하며 고액의 생활비를 요구하는 김정남은 북한 지도부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정남은 2010년 일본 아사히TV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12년 도쿄신문은 김정남이 메일을 통해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면 3대 세습을 용인하기 어렵다"면서 "37년간의 절대권력을 2년 정도인 젊은 세습 후계자가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정남이 이복동생인 김정은의 공식 집권을 전후해 북한의 세습 체제를 노골적으로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됐고, 이 가운데 정찰총국이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김정남 암살을 추진해 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이밖에도 김정남이 한국으로의 망명을 시도하고 있다는 첩보가 북한 내부로 흘러들어가 피살됐을 가능성, 북한 당국이 아닌 제3국에 의한 암살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5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김정남 피살 사건을 논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지만 피살 배경과 관련한 이렇다 할 평가나 분석은 내놓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정부는 지금 살해된 인물이 김정남이 확실시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피살 원인에 대해서는 "사실관계가 정확하게 나온 다음에 답변이 가능할 것 같다"며 일단 이번 사건과 관련한 말레이시아 당국의 공식 발표를 기다려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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