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의 ‘적당한 때’는 언제?
거취 표명 시기 탄핵 심판 결과 따라 달라질 듯
인용시 보수층 결집까지 대기…기각시 '고건 모델'
정가의 눈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쏠려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으면서다. 현 정권의 ‘상징’ 황 권한대행이 보수 진영의 ‘구원 투수’로 나설 경우 대선 판도는 요동칠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그는 “적당한 때가 있을 것”이라는 말만 남겨둔 채 거취에 대한 언급을 전혀 안 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 그 ‘때’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황 권한대행의 거취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와 연계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인용이 되던 기각이 되던 황 권한대행의 출마는 기정사실화됐다는 말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황 권한대행과 가까운 인사의 말을 인용해 “결심이 끝난 것 같다. 이미 나올 준비를 거의 마쳤다”고 귀띔했다.
다만 황 권한대행이 언급한 ‘적당한 때’는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탄핵안이 인용될 경우 대선은 이를 기점으로 60일 뒤 치러진다. 헌재가 마지막 재판일을 24일로 못 박으면서, 최종 결과는 전례에 따라 다음 달 9일 혹은 10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황 권한대행의 거취 결정은 선거법에 따른 공직자 사퇴 시기의 끝 지점(대선 30일 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출마할 생각이 있더라도, 국정 공백 최소화의 임무를 띤 자리를 성급하게 박차고 나갈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황 권한대행이 사퇴할 경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맡아야 한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에 대한 보수층의 동정심이 극대화되고, 보수층의 결집이 이뤄졌을 때, 특히 자신에 대한 ‘등판론’이 거세졌을 때를 기다린다는 분석이다. 이는 사퇴 및 출마의 명분이 된다. 자유한국당 안팎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출마를 공식화하면 지지율 20%대 벽을 깨는 것은 물론, 야권으로 쏠린 대선 판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정치권 관계자는 “탄핵안이 인용되더라도 황 권한대행은 출마를 위한 사퇴 시한을 채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그만두면 국정 공백에 대한 책임감을 뒤집어써야 하기 때문”이라며 “박 대통령의 탄핵은 보수층의 동정심을 유발하고, 그게 증폭돼 여론이 황 권한대행을 밀어붙이는 상황이 될 것이다. ‘적당한 때’는 보수층의 결집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황 권한대행은 정치적 수(數)가 없는 ‘단순한 사람’”이라며 “소명의식이 크기 때문에 등판 분위기가 되면 출마할 수밖에 없다. 한국당도 이를 알기 때문에 계속 등판론을 언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에는 박 대통령의 ‘자진 하야’ 시나리오와 맞물려 대안 주자로서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가의 시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인기를 얻었던 고건 전 총리와 같은 상황이 될 거라는 것이다. 고 전 총리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기각된 후 총리직에서 사퇴한 뒤 여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거듭났다.
특검 수사 기한 연장시 불출마?
당장 이번 달 중으로 결정되는 특검팀의 수사 기한 연장 여부로도 황 권한대행의 거취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7일 본보에 “특검의 수사 기한을 연장하지 않으면 출마를 못하는 거고, 특검 연장을 하면 오히려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정권을 밟지 않고 대권을 꿈꾸는 건 말이 안 된다. 역대 대선 후보들도 현 대통령과의 관계를 끊거나 멀리했다. 이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서 “특검 수사 기한 연장은 본인의 대선 출마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대선 출마를 하면 거부하고 출마를 안 하면 연장을 할 수도 있다”며 “연장하면 탄핵 이후까지 특검이 된다. 탄핵이 3월 초, 특검이 3월 말이니 계속 특검 관련 뉴스가 나오면 본인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조사 기관마다 들쑥날쑥하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는 전주 대비 2%포인트(p) 하락한 9%를 기록한 반면, 전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는 1.2%p 오른 16.5%로 나타났다. 15일 발표된 본보와 알앤써치의 조사에서는 0.4%p 내린 13.2%를 얻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