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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남자들', 문재인·안희정·이재명 아래로 제 갈 길 간다


입력 2017.03.07 11:02 수정 2017.03.07 11:17        이슬기 기자

하승창·임종석 더문캠行, 기동민은 안희정 품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선거사무소에서 하승창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선거 캠프 합류를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을 비롯한 '박원순계' 인사들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안희정·이재명 캠프로 분화되는 모습이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선 포기 선언으로 이들 그룹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사실상 당내 유일한 계파인 민평련이 경선 정국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문재인 전 대표 측은 7일 하승창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영입해 사회혁신위원회 업무 총괄을 위임했다. 박 시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하 전 부시장은 시민사회 대표적인 운동가로, 경실련 정책실장 시절 재벌개혁 등 사회개혁운동에서 핵심 역할을 했으며, 2000년대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납세자운동을 펼친 인물로도 손꼽힌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박원순 시장의 대표적인 모범사업과 앞서가는 정책을 우리 캠프의 정책으로 함께 해 나가게 됐다"며 하 전 부시장을 재차 추켜세웠다. 캠프 측도 "하 전 부시장은 박 시장이 2010년, 2014년 두 차례나 선거 총괄을 맡길 정도로 신임이 두텁고, 지난해 정무부시장에 발탁돼 박 시장과 함께 서울시의 각종 혁신적인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데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더문캠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임종석 전 의원의 경우, 민평련의 뿌리인 고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한 대표적 인사 중 하나다. 2014년 서울시 정무부시장직에 추천을 받았으며 정치권에선 박 시장의 측근으로 꼽혔으나,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자 일찍이 문 전 대표 측으로 합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면 임 전 의원과 함께 고인을 보좌했던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안희정캠프 비서실장으로 합류를 선언했다. 그는 "안희정은 품이 넓고 싸가지 있는 진보"라고 밝혔다. 2014년 김 의원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 차 서울시 정무부시장직을 내려놓고 임 전 의원을 추천하는 등 서로에 대한 신뢰도도 깊지만, 이제는 ‘선의의 경쟁자’로 만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이 지난해 7월 국회 정론관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와 정부 차원의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부겸 의원 캠프에서 활동했던 허영일 전 민주당 부대변인도 최근 안희정캠프 공보팀으로 복귀했다. 앞서 김 의원은 경선 불참을 선언한 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대신 당분간 지역구(대구 수성구) 활동에 매진하며 휴식기를 갖겠다고 밝혔지만, 허 전 부대변인의 합류와 함께 김 의원의 지역구 조직도 안 지사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민평련 소속 유승희 의원은 지난달 초 이재명 캠프에 합류해 여성 정책 부문 좌장 격을 맡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서 3선을 지낸 유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시절부터 줄곧 전국 여성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문재인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을 역임했다.

한편 각 캠프에선 ‘민생 경제’ 전문가로 꼽히는 우원식 의원을 비롯해 이인영·유은혜 의원 등 민평련 소속 중량급 의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간 민평련은 보통의 계파처럼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대신, 각 현안과 가치에 따라 자신들만의 확실한 목소리를 내왔다. 실제 올초 당 지도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당론 확정을 유보하자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국가정보원 내부 문서라는 의혹이 불거진 ‘박원순 제압문건’이 공개된 지난해 8월에는 민평련 자체 명의로 성명을 내고 국회차원의 국정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당 을지로위원회 역시 이들이 주축이 돼 활동을 펼쳐왔다. 따라서 대선 후보들 입장에선 민평련 그룹 인사들을 영입함으로써 ‘외연 확장’과 민생 정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되는 셈이다. 다만 민평련 내 대표적인 대선 주자가 없기 때문에, 이들의 행보 역시 개인의 판단에 따라 분화되며, 대부분은 경선 이후 당 후보를 돕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 의원은 “각 캠프에서 합류 요청을 많이 받고 있는데, 더 중요한 건 경선 이후 당이 빨리 화합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런 일의 기초를 놓는 작업을 할 생각”이라며 “민평련 안에서도 이번 경선은 곧 본선과 직결되는 중요한 선거인만큼, 각자 잘 판단해서 필요한 쪽을 돕기로 했다. 그룹 차원으로 움직일 생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인영·유은혜 의원 등 아직 캠프 합류를 결정하지 않은 민평련 인사들에 대해선 “아마도 당 후보가 정해지면 그때 도울 걸로 알고 있다”면서 “지금 우리당 후보들의 가치나 지향점 간에 아주 큰 차이는 없다. 민평련은 가치 지향적 모임인데, 구분해서 단체로 결정하자는 식도 별로 안 맞지 않나. 당 중심으로, 분열을 막는 역할을 하자는 게 우리의 기본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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