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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지는 도시바 인수전...한-중에 미국까지?


입력 2017.03.13 15:15 수정 2017.03.13 15:24        이홍석 기자

지분매각 규모 증가로 금액부담 커지며 합종연횡 가능성 제기

일본, 기술유출 및 안보위협 제기...미국 새로운 변수로 등장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인수전이 본격화되면서 경쟁구도가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지분규모 증가로 단일업체가 아닌 합종연횡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입찰 기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업체 인수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소재 도시바 본사 건물 모습.ⓒ연합뉴스
지분매각 규모 증가로 금액부담 커지며 합종연횡 가능성 제기
기술유출 및 안보위협 제기로 미국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인수전이 본격화되면서 경쟁구도가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지분규모 증가로 단일업체가 아닌 합종연횡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입찰 기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업체 인수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14일 반도체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를 둘러싸고 한국·중국·대만 업체들간 합종연횡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업체들이 부상하면서 경쟁구도가 한층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당초 도시바가 19.9%였던 도시바메모리 지분 매각 규모를 최소 50% 이상으로 늘리면서 예상 입찰 규모가 최대 2조5000억엔(약 25조원)에 이르게 되면서 단일 업체가 이를 전부 인수하는 것은 부담스러워진 상황이다.

초기부터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인수를 검토해 온 SK하이닉스도 4조원의 유동자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대 25조원에 이를 수 있는 입찰대금 마련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중국·대만 업체들을 중심으로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애플 제품의 조립업체로 유명한 대만 폭스콘의 모회사 홍하이그룹은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자국 반도체 업체 TSMC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에도 공동 출자를 타진하는 등 구애의 손길을 뻗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일본 샤프를 인수한 경험이 있는 홍하이는 이번에 메모리반도체 인수를 통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홍하이를 축으로 한 복수의 업체가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는 방안이 급부상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일본 정부가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매각과 관련, 기술 유출과 안보 위협을 이유로 입찰 기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설이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에서 주요 경쟁상대인 한국과 중국, 대만 등에 매각할 경우,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에 위협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일본 정부가 미국 기업이 가장 적합한 인수자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첨단 반도체 칩이 로봇공학·인공지능(AI)·커넥티트기기 등의 핵심으로 국가 안보를 감안하면 미국이 유일한 적합한 파트너라는 설명이다.

현재 SK하이닉스·홍하이그룹·TSMC·칭화유니 등이 도시바 반도체사업부 입찰 참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기업으로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베인캐피탈 등이 있다. 또 미국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에 이어 전 세계 낸드플래시 3위 업체로 이미 도시바와 함께 공장을 설립하는 등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필요할 경우 입찰을 통제하기 위해 '외환 및 대외 무역법'을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법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핵심 기술을 가진 기업을 인수하려는 외국 기업은 사전에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1년 의료 장비 및 카메라 제조업체 올림푸스가 지분을 매각할 때 올림푸스의 광학 기술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외환 및 대외 무역법을 이유로 개입한 바 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시바로서는 기술 유출 우려 등을 감안하면 한국과 중국 업체들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자국 업체에게 매각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미국이 차선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바가 미국을 가장 적합한 매각 대상으로 보는 이유에는 경영난을 초래한 미국 원전 설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 문제도 얽혀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사업 등의 경영실패로 63억달러의 손실을 입혔고 메모리반도체사업부 매각은 이를 충당하기 위해 나온 방안이다.

도시바로서는 미국 정부에 웨스팅하우스 파산 신청을 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는 점도 반도체 사업부를 미국 기업에게 매각하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서 미국에 반도체사업을 매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는 웨스팅하우스의 원전사업에 83억달러의 채무 보증을 선 상태여서 파산 처리에는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도시바의 한 경영진은 “미국 기업이 더 적합한 입찰자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웨스팅하우스 문제로 (미국과) 싸울 필요가 생길 것 같아 반도체사업부 교환에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관련,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도시바 인수전 방정식이 지분 증가 외에 기술 유출 및 안보 위협 문제까지 등장해지면서 다소 복잡해지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시바는 오는 30일 임시주총을 열고 다음달 1일 자로 반도체사업부를 분사시킬 계획이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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