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조합-시공사 ‘불협화음'…시공사 교체 잇따라
방배5, 대치3, 과천주공1 등 시공사 교체 작업 중
공사비 인상분과 분양가 산정이 주된 이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조합들이 잇따라 시공사를 교체하고 있다. 공사비 인상·분양가 산정·사업비 미지급 등을 두고 갈등이 깊어지며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들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올해말 종료돼 사업의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불리한 조건으로 사업을 강행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일부 조합의 경우 시공사를 교체하게 되면, 기존의 사업계획 일부를 변경해야 하고 인·허가를 다시 받아야 해 사업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이자 비용 부담을 비롯해 손해배상소송 등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크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공사 교체를 추진하고 있는 주요 단지는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과 강남구 대치3지구 재건축 조합, 부산 동구 범일3구역 도시환경정비 조합 등이다.
방배5구역 재건축조합은 지난 18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시공계약 해지 안건을 가결했다. 1144명의 조합원 가운데 970명이 참석해 865명이 시공사 계약해지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합은 지난 2014년 6월 총회를 열고 GS건설·롯데건설·포스코건설 등으로 구성된 '프리미엄사업단'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후 지난해 7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이주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조합과 시공사의 이견으로 사업 추진일정은 다소 지연됐다.
방배5구역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 변경의 주된 이유는 약속대로 조합 운영비를 대여해 주지 않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에 대한 건설사 보증이 이뤄지지 않아 시공사 교체를 추진했다”며 “이날 가결에 따라 프리미엄사업단과 계약을 해지하고, 오는 7~8월께 새로운 시공사를 다시 선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강남 대치동의 노른자위 땅 대치3지구의 재건축 조합도 시공사 변경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당초 이달 25일 조합은 총회를 열고 시공사였던 대림산업 선정 해지 안건을 표결에 붙일 예정이었으나, 현재 안건을 철회한 상태다.
대치3지구 조합 관계자는 “대림산업과의 계약조건에 공사비 등 조합원에 불리한 항목이 많아 계약을 혜지하려고 준비 중이었다”며 “대림산업 측이 설계변경, 공사비 등과 관련해 협상의지를 보여 현재 안건은 취소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림산업은 관계자는 "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 역시 시공사의 이견으로 시공사 교체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합은 이미 기존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뽑기 위한 오는 26일 시공사선정총회를 앞둔 상태다.
이런 분위기는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산 범일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시공사 교체를 위해 오는 21일 시공사 현장설명회를 앞두고 있다.
범일3구역 조합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2년동안 특별한 이유 없이 사업비를 대주지 않아 사업이 중단된 상태”라며 “다음 달 11일까지 시공사 입찰을 받아 시공사를 교체하고 올해안에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마무리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유가 어떻든 시공사 교체는 조합은 물론, 시공사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 조합 관계자는 “초과이익환수제 종료를 앞두고 시공사는 설계변경을 구실로 삼아 공사비를 높이는 등 조합에게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며 “시공사가 제시하는 조건을 받아들일 경우, 조합원의 피해가 막대하다”고 말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이 주인겪이다보니 일방적인 사업 방식 전환, HUG 보증, 사업경비 지급 등 무리한 요구를 제시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조건을 대부분 수용했는데도 조합이 계약 해지를 강행하면 소송 등으로 번져 서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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