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특검-변호인단, 공방 치열... "증거조사 제대로 안됐다"
사건과 관련없는 삼성에버랜드 신주인수권 문제 기재 '논란'
파견검사 공소유지 참여 여부 논쟁...내달 5일 첫 공판 유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두 번째 재판에서도 특검과 변호인단이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변호인단은 혐의사실에 대한 부인과 함께 사건과 무관한 삼성에버랜드 신주인수권 문제를 기재한 것을 들면서 공소장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특검은 재판부가 선입견을 가지거나 예단할 수 있는 기재사항이 없다고 반박하며 공방을 이어갔다. 양측은 파견검사의 공소유지 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치열한 논쟁을 펼쳤다.
이 부회장 재판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 대법정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날 이 부회장 변호인단과 특검 측의 치열한 변론이 이어졌다.
◆이재용측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에버랜드 제외시켜라"
변호인단은 1차 준비 기일때와 마찬가지로 공소장 일본주의를 내세워 특검의 공소장 자체의 효력을 문제 삼았다. 특검 측이 과거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 이번 사건의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까지 공소장에 포함시켜 재판 시작 전부터 재판부가 유죄 심증을 굳히게 했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 밖에 사건에 관해 법원의 예단을 형성할 수 있는 서류나 물건을 첨부하거나 인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로 확립된 원칙이다.
이에 특검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인수, 삼성SDS 신주인수 등을 공소장에 기재한 것은 이피고인 이재용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부정한 청탁과 뇌물을 공여한 일련의 과정 중 하나로, 공소사실 중 핵심 서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형사소송법 제 118조에 공소장에 사건에 관해 예단할 수 있는 내용을 첨부하거나 인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며 “우리 주장은 (공소장에) 예단이 생기게 하는 것을 인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종범 수첩이 맞나? 확인할 방법이 없다" 증거력 문제제기
변호인단은 또한 수사 과정에서 증거조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다시 지적했다. 특검의 증거기록을 살펴보면 일부가 제출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측이 핵심증거로 내세우는 안종범의 수첩은 여러 증거로 나눠서 제출됐으며 전체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며 “이것이 실제로 안종범의 수첩 중 일부가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메일과 문자메세지 등도 전체 제출되지 않았으며 형사소송법상 증명력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문자메세지 일부 및 관련자 신분조서 등의 증명력을 다퉈야 하기 때문에 (전체 제출이) 허가돼야 한다고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특검은 공소장에는 재판부가 선입견을 가지거나 예단할 수 있는 기재사항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증거능력에 대해서도 공소사실과의 관련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검은 “증거 제출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공소사실과의 관련성”이라며 “안종범의 경우, 삼성 관련 사건뿐만 아니라 특검이 수사한 다양한 사건에 대해 조사를 받았는데 제출하지 않은 조서는 이 사건과는 관련 없는 조서로 다른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안종범 수첩 중 공소사실 관련 부분은 증거목록에 포함됐으며 증거기록으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파견검사 공소유지 참여 검찰측 손 들어줘
양측은 1차 때와 마찬가지로 파견검사의 공소유지 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치열한 논쟁을 펼쳤다.
재판부는 또 지난 1차 재판에서 공방이 오고갔던 파견검사의 공소유지 참여 여부에 대해 파견검사도 공소유지를 할 수 있다는 판단했다.
변호인단은 "특검법상 파견검사는 공소유지 관여할 수 없다"며 "더군다나 파견검사들은 국가법상 공무원으로 알고 있는데 관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특검은 "특검의 직무범위 내에 공소유지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특검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경우 대검찰 등 국가기관에 검사등 공무원의 파견요청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특검 직무범위 속하는 공소유지 직무지원 위한 검사 파견요청도 가능하며 현재 공소유지 인력이 특검보 4명, 특별수사관 10명에 불과해 현실적으로 파견검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파견검사가 공소유지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며 "특검법상 특검의 직무범위가 수사와 공소제기 여부의 결정, 공소유지로 돼 있다"며 특검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최-박 관계 알고 있었나?"...재판부, 삼성측에 4가지 입장정리 요구
재판부는 변호인단에 4가지 사항에 대해 입장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첫째는 삼성그룹 자금으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 지원하거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것이 사실인지, 만약 사실관계를 인정한다면 지원 또는 출연한 이유가 무엇인가.
둘째는 이 부회장이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계를 알고 있었는지, 셋째는 미르·K스포츠재단이 최씨의 사적인 이익을 얻는 창구로 변질된 점을 알고 있었는지다.
마지막은 삼성전자가 코어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맺은 컨설팅 계약이 허위로 이뤄진 것인지, 정 씨의 말 구입 비용을 승마단의 전지훈련 비용인 것처럼 허위신고한 것을 알고 있었는지 등이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 4가지 입장정리 시한을 따로 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향후 재판부는 이 부분을 둘러싸고 특검과 이 부회장 변호인단이 사실관계 및 법리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재판부는 오는 31일 마지막 공판준비기일을 갖고 내달 초 공판을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재판부가 두 번이나 변경된 것을 의식한 듯, 재판부는 지난 1차 공판준비기일에 이어 공소장과 증거제출에 대한 논의가 지속됐다며 가능한 심리 시간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따라 이 부회장측은 이달 중 재판부가 요구한 4가지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 날 재판에는 첫 번째 재판이라는 상징성이 있었던 지난 9일 1차 준비기일 때보다는 적은 인원이 방청해 재판정이 절반 가량만 찼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2차 재판도 공판준비 절차로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서 이 부회장 등 기소된 삼성 관계자들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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