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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뇌물죄…재계 "기업참여 강제 관행부터 바꿔야"


입력 2017.03.27 16:13 수정 2017.03.27 16:52        박영국 ·이광영 기자

안 내면 사회적 질타 분위기

"빚 내서 참여했는데 대가성이라니..."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9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직후 집무실에서 자신이 제안한 청년희망펀드에 서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안 내면 사회적 질타 분위기
"빚 내서 참여했는데 대가성이라니..."


최태원 SK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과거 청년희망펀드에 기금을 내기 위해 은행 빚을 졌다가 대가성 논란까지 휩싸이자 재계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시 분위기가 정부와의 관계 측면에서나 여론 측면에서나 대기업 총수 뿐 아니라 임원들까지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 부분까지 대가성으로 엮는 것은 무리수라는 게 재계 입장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신 회장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 주도로 설립한 청년희망펀드에 각각 60억원과 70억원을 사재로 출연하면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당시 최 회장은 SK(주)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가 복귀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급여를 받지 못해 수중에 현금이 많지 않았고, 신 회장은 그룹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사재 1000억원을 들여 롯데제과 지분을 사들인 뒤라 현금이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정부 정책에 기업이나 기업인 참여를 강제하는 악습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합법적 규제’를 빙자해 죄 없는 기업을 흔들 수 있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1호로 출연한 펀드에 출연을 외면할 만큼 간 큰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2015년 9월 청년희망펀드가 설립된 이후 그해 10월부터 11월 사이 대기업 총수와 임원들의 펀드 가입이 잇따랐다. 금액은 흔히 말하는 재계 서열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0억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150억원,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70억원을 내놨다.

통상 기부금을 낼 때 그룹 서열상 SK그룹이 LG그룹과 동일하거나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금액을 책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 회장이 낸 60억원은 다른 때보다 적었던 셈이다.

그룹 총수들 뿐만이 아니다. 삼성과 현대차그룹 임원진은 50억원씩을 갹출했고, SK 임원들은 40억원, LG 임원들은 30억원을 기부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각각 기업 규모에 맞게 총수와 임원들이 기부에 참여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당시 대기업 총수 중 하나라도 빠졌다면 사회적 질타를 받아야 할 분위기였다”면서 “거기에 대가성을 운운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과 신 회장도 이런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려서라도 기부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재계에서는 이참에 정부 정책에 기업 참여를 강제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들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정부 사업에 당연하다는 듯 기업 참여를 재원으로 삼는 관행이 있어왔다”면서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사회공헌사업을 진행하고, 정부는 준조세(準租稅)격의 기업 부담금 강제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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