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정소민 "스물아홉에 교복, 감사해요"
영화 '아빠는 딸'서 여고생·40대 아빠 열연
"밝은 코미디 영화 통해 웃음 전해주고파"
영화 '아빠는 딸'서 여고생·40대 아빠 열연
"밝은 코미디 영화 통해 웃음 전해주고파"
정소민(본명 김윤지·28)은 20대 후반인데도 고등학생의 앳된 얼굴을 자랑한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교복이 낯설지 않다. 상대 역 윤제문조차 "진짜 고등학생인 줄 알았다"고 했단다.
영화 '아빠는 딸'(감독 김형협)에서 정소민은 아빠와 몸이 뒤바뀌게 된 17세 여고생 원도연 역을 맡았다. 몸이 뒤바뀌는 설정은 그간 많이 봐왔던 터라 식상하다. 자칫하면 과하게 표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소민은 40대 아빠와 10대 여고생 사이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오가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6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난 정소민은 얌전한 소녀 같은 모습이었다.
일본 소설 '아빠와 딸의 7일간'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아빠 원상태(윤제문)와 딸 원도연(정소민)의 몸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일찌감치 촬영을 마쳤으나 윤제문의 음주운전 사건으로 개봉이 연기됐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작품을 만난 정소민은 "떨리고 설렌다"면서 "이번 영화를 통해 감독님이 다음 작품을 또 찍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미소 지었다.
식상한 소재에도 출연한 이유를 물었더니 "이미 아는 맛이라고 해서 맛있는 음식을 안 먹는 건 아니다"라며 "이 소재가 많이 다뤄졌다는 건 대중이 많이 원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처음으로 아빠와 단둘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는 정소민은 "'아빠는 딸'을 통해 관객들이 아빠와 극장에 갈 수 있었으면 한다"면서 "극장에 못 가더라도, (이 영화가) 아빠에게 연락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또한, 요즘 웃을 일도 없는데 영화를 보고 마음 편하게 웃으셨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정소민은 극 중 밴드부 오디션을 보는 장면에서 통키타를 메고 강산에의 '삐딱하게'를 불렀다. 그는 "제일 떨렸던 장면"이라며 "노래를 잘 부르는 남자처럼 표현해야 해서 어려웠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기타 치는데 손이 아파서 어려웠어요. 그래도 열심히 연습했고, 칭찬도 받았답니다. 쉬는 시간에도 기타를 연습했는데 너무 신났어요(웃음)."
40대 아빠, 10대 여고생 두 캐릭터를 오가는 연기는 큰 숙제였다. 극 중 교복을 입은 정소민은 "여고생 캐릭터보다는 아저씨를 연기하는 게 더 어려웠다"면서 "내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맡고 싶기도 하지만 (20대 후반에) 교복을 입을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흔치 않은 기회라서 더 그렇다"고 설명했다.
아빠 연기를 위해선 영화 '고령화 가족'을 참고했단다. "'잉여' 아저씨를 연구했어요. 윤제문 선배님을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고, 대사를 녹음해서 같이 연습하기도 했고요. 상태는 집에서 47세 아빠이고, 직장에선 과장이에요. 상태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흉내 내는 것밖에 안 됩니다. 40대 남성의 지치고 삶에 치여 고달픈 모습, 어깨를 짓눌리는 삶의 무게를 고민하며 연기했어요."
상태를 통해 아빠의 마음을 이해했다는 정소민은 "난 도연이랑 비슷하다"면서 "많은 딸이 그렇지 않냐. 20대 중반을 넘어 아빠와 많이 친해졌다. 영화를 찍으면서 더 그랬다. 이번 영화는 내게 변화를 가져다줬다"고 했다.
2010년 '나쁜 남자'로 데뷔한 정소민은 '장난스런 키스'(2010), '우리가 결혼 할 수 있을까'(2012), '디데이'(2015) 등에 출연했다. 특히 지난해 방송한 '마음의 소리'(2016) 속 애봉이를 능청스럽게 연기해 큰 사랑을 얻었다.
코미디 연기를 맛깔스럽게 한 그는 "데뷔할 때 부잣집 막내딸 역할을 해서 다른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었다"면서 "잘하지 못할 것 같은 캐릭터에 도전하다가 '아빠는 딸'에도 출연하게 됐다. 대본을 받고 너무 재밌었는데 막상 촬영을 앞두니 막막하더라. '내가 왜 재밌다고 했을까' 후회했다. 채워야 할 것도 많았다. 코미디가 제일 어려운 장르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코미디에 강한 분들을 존경해요. 재치도 있으시고 치고 빠지는 걸 정말 잘하시잖아요. 일단 코미디는 재밌어야 하는데 단기간에 '웃음'을 따라가려다 보니 걱정이 됐어요. 그래도 영화에 재밌는 장면이 많으니 기대해주세요(웃음)."
'애봉이'를 어떻게 연기했는지 싶을 정도로 정소민은 차분하고, 조곤조곤 얘기했다. 실제 성격이 궁금해졌다. "여성스럽고 얌전한 성격은 아니에요. 호호. 낯은 좀 가립니다. 단막극 '빨간 선생님' 속 장순덕과 애봉이 중간이 제 성격이에요."
이번 작품을 통해 허가윤, 도희 등 또래 친구들과 호흡한 그는 "또래 배우들과 작업한 게 처음"이라며 "친한 친구들이 기뻤다. 촬영지인 춘천에서 닭갈비 먹고 재밌게 촬영했다"고 웃었다.
정소민은 '아버지가 이상해'(2017)에 출연 중이기도 하다. 시간을 쪼개 바쁜 활동을 이어가는 그는 내년에 30대가 된다. "서른에 대한 판타지가 있어요. 뭔가 어른이 된다는 느낌이 들어요. 빨리 서른이 됐으면 했는데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발상 자체가 '애' 같더라고요. 호호. 아직 멀었구나 싶어요."
데뷔 8년 차를 맞은 그는 "초반엔 정신없이 지냈고, 중간에 슬럼프를 겪었다"면서 "큰 욕심 없이, 직장인처럼 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대중의 사랑과 인기는 당연한 게 아닌 '덤'이란다. "예전보다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시고 좋아해 주세요. 게을리하면 안 되겠구나 싶죠. 좋은 작품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의무감도 생기고요. 제 몫을 다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평소 멜로를 좋아한다는 배우는 "요즘 따라 밝고 유쾌한 영화가 끌린다"면서 "시사회 때 '아빠는 딸'을 보니 관객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영화가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하고 싶은 캐릭터는 '얼라이드'에서 마리옹 꼬띠아르가 분한 마리안 역할을 꼽았다. 같은 여자가 봐도 너무 매력적이라, 빠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빠는 딸'의 설정처럼 몸을 바꾸고 싶은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글쎄요. 하하. 음...외국인이 되고 싶어요. 다른 언어권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거든요. '리얼'이면 정말 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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