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충청민심은 "둘 다 마음에 안 드는디 정권교체는 해야쥬..."
굳이 고르라면 "그래도 정권교체는 문재인"
'반문정서'도 만만찮아…수혜자는 안철수
17일 오후 4시 대전시 중앙시장. 한 치킨집에서 '문재인이냐, 안철수냐'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기자가 다가가 '어떤 후보를 지지하냐'고 묻자 50대 남성은 "'문재인 반, 안철수 반'해서 문철수(문재인+안철수)가 답이여"라고 답했다.
같이 있던 또 다른 남성이 "그래서 충청도 소리 듣는 거여"라며 지적하자 그는 "확실히 '쟤다' 하는 사람이 없어. '이 사람이다'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이러는겨"라며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19대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충청 민심은 여전히 표류중이다. 역대 대선에서 막판까지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 표심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 '충청대망론'을 떠나보낸 뒤 상실감에 사로잡힌 모습이다. 이날 오후 대전에서 만난 시민들 가운데 "문재인·안철수 둘 다 마음에 안든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들 대부분은 "그래도 정권교체는 해야한다"고 했다.
굳이 고르라면 "그래도 정권교체는 문재인"
대전에 거주하는 60대 여성은 '누구를 지지하냐'고 묻자 "나는 문재인이 싫었는데, 정권교체를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문재인을 뽑을 것"이라며 "안철수는 '이명박 아바타'라고 하던데 맞냐"라고 되물었다.
'정권교체'는 대전에서도 키워드였다. 실제로 최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양강 구도가 형성되면서 정권교체는 가시화한 상태다. 그러나 충청에서는 상대적으로 문 후보가 '정권교체'의 대표선수로 부각된 모습이다.
'문재인 골수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30대 여성은 "문재인은 준비된 사람, 준비된 대통령"이라며 "자신을 싫어하는 세력이 있어도 꿋꿋이 휘말리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보기 좋다"고 밝혔다. 이어 '아들 특혜 채용' 등 각종 의혹 논란에 대해 "100% 깨끗한 사람이 어디있냐"며 "안철수는 마누라 논란에도 뻔뻔하게 사과도 안한다. 마치 박근혜와 같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젊은층에선 문 후보에 대한 호감이 높았다. 27살 남성 박모 씨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공약이 마음에 든다"며 "원래는 안철수를 지지했는데 약간 보수 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돌아섰다"고 했다.
30대 김모 씨도 "아버지는 문재인이 싫다고 안철수 지지한다고 하는데, 내 친구들은 거의 다 문재인을 좋아한다"며 "안철수는 안 좋아하지만 문재인은 좋게 보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문재인 될까봐 다른 사람 찍을라고"…'반문정서'도 솔솔
반면 대전 바닥민심에는 '반문(反文)정서'도 뚜렷했다. 중앙시장에서 채소가게를 하는 50대 양모 씨는 "문재인은 여기 사람 다 싫어해"라며 "특이하게 어떤 점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냥 싫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 상인인 임모 씨도 "문재인은 문제 덩어리"라고 일침을 놓자 때마침 요기를 하던 두 남성 손님도 거들었다. 그들은 "얘기해 보면 여기에는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며 "누가 될지 두고 봐야된다"고 덧붙였다.
충청에서 반문정서에 따른 수혜자는 안 후보였다. 60대의 류 모씨는 "문재인은 어딘지 모르게 신뢰가 안가고 너무 공약을 남발한 것 같다"며 "내 편 아니고는 안 된다는 식으로 하니까 비호감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안철수가 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일부 대선민심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떨어진 안희정 지사에 대한 미련을 두고 있었다. 60대 남성 박모 씨는 "난 안희정을 지지했는데, 이제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라며 "우리도 우리 마음을 알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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