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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 KIA 김민식·이명기, 2009 트레이드 뛰어넘나


입력 2017.05.06 08:12 수정 2017.05.08 23:12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해태시절부터 운명 가른 ‘트레이드’ 올해도 진행형

김민식, 이명기 맹활약에 리그 선두 질주

김민식 이명기 가세에 힘입어 KIA는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 연합뉴스

KIA 타이거즈는 전신 해태시절부터 우승에 영향을 미치는 운명을 가른 ‘트레이드’가 몇 차례 있었다.

KIA 전신 해태는 1982년 창단 첫 해 6개팀 가운데 4위에 그쳤지만 삼성으로부터 유격수 서정환을 데려온 뒤 우승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잘 치고 잘 달렸던 서정환은 당시 해태의 팀컬러와 잘 맞았다.

서정환이 왕조 건국의 시작이었다면 OB(현 두산)에서 데려온 한대화는 굳히기였다. 뛰어난 자질은 인정했지만 좀처럼 성장하지 못한 한대화에 지친 OB는 양승호, 황기선을 받는 조건으로 그를 해태로 트레이드했다. 한대화는 ‘해결사’ 캐릭터로서 해태의 수많은 우승에 공헌했다.

해결사 갈증 풀어줬던 2009시즌 트레이드

2009시즌 KIA로 트레이드된 김상현은 홈런왕-타점왕을 거머쥐었고, 신데렐라 같은 스토리까지 더해지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까지 등극했다. ⓒ 연합뉴스

KIA로 팀명이 바뀐 후 첫 우승이었던 2009시즌에도 트레이드가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조범현 감독은 시즌 초 LG로 투수 강철민을 보내고, 내야수 김상현-박기남을 받는 2: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막 트레이드가 이뤄졌을 때만 해도 팬들 사이에서 큰 관심까지은 받지 못했다. 박기남은 백업 전력이었고, 김상현은 지금의 김주형이 그렇듯 터지지 않는 거포 유망주였기 때문. 강철민 또한 잦은 부상 등으로 아마시절의 명성을 프로에서 이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트레이드 효과가 대폭발을 일으키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연일 장타를 쏟아내며 과거의 한대화가 그랬듯 김상현은 승부처에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해 김상현은 홈런왕-타점왕을 거머쥐었고, 신데렐라 같은 스토리까지 더해지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등극했다. KIA는 김상현 활약에 힘입어 통산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의 금자탑도 세웠다. 한 시즌 최다 만루홈런(4개) 기록이 당시 김상현의 임팩트를 잘 설명한다.

김상현 위용에 가렸지만 박기남 역시 3루와 2루가 모두 가능한 전천후 내야수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트레이드의 ‘보너스’같은 존재로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포수와 2번 타자 문제 해결한 2017시즌 트레이드

김 감독은 자신이 기회를 주며 키웠던 노수광을 트레이드하는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평소 눈여겨봤던 김민식을 영입했다. ⓒ KIA 타이거즈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최근 SK와의 4:4 트레이드는 2009시즌과 비견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KIA 김기태 감독은 노수광, 윤정우(외야수), 이홍구, 이성우(포수)를 주고 이명기(외야수), 김민식(포수), 최정민, 노관현(내야수)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트레이드가 이뤄졌을 때만 해도 "큰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견이 많았다. 포수, 외야수를 내주고도 동일한 포지션의 선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KIA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노수광을 트레이드 했다는 점에서 원성을 사기도 했다.

김상현 때와 마찬가지로 트레이드의 효과는 곧바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을 통해 야수진이 두꺼워졌지만 포수와 2번 타자 문제는 김 감독의 풀리지 않는 고민거리였다. 김상훈(은퇴)이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을 제외하고는 늘 포수 고민에 시달렸다.

공격은 차지하고 블로킹, 도루저지, 투수리드 등 기본적 수비에 능한 주전급 포수가 없었다. KIA를 상대하는 팀들은 마음껏 도루를 시도하며 수비진을 뒤흔들었고, 중요한 순간에는 꼭 포수 실책이 나왔다.

KIA에도 백용환, 이홍구, 한승택 등 가능성 있는 포수자원은 있었다. 백용환, 이홍구는 장타력은 있었지만 수비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컸다. 한승택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지만 방망이가 약했다. 수비 또한 취약한 공격을 덮을 만큼은 아니었다.

김 감독은 자신이 기회를 주며 키웠던 노수광을 트레이드하는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평소 눈여겨봤던 김민식을 영입했다.

포수만큼은 아니었지만 2번 타자 역시 김 감독의 고민 중 하나였다. 호타준족형 외국인타자 로저 버나디나를 톱타자로 낙점한 가운데 2번 타순에서 김주찬, 최형우, 나지완, 이범호 등 힘 있는 중심타선으로 연결하는 고리가 필요했다.

작전수행능력이 좋은 김선빈, 안치홍 등이 있었지만 팀 내 키스톤 콤비인 이들의 체력적인 문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둘 중 하나를 2번에 쓰게 되면 하위타선이 헐거워진다는 점도 문제였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이 고민하던 야수진의 두 가지 문제점은 트레이드를 통해 완벽하게 해결됐다.

SK시절 박경완 코치 밑에서 기본기를 제대로 닦은 김민식은 그간 KIA에 있던 포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탄탄한 수비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강견에 송구의 정확도까지 높아 더 이상 상대팀에서는 예전처럼 마음 놓고 뛰지 못하게 됐다. 방망이가 아쉽지만 선구안이 좋고 노려 치기에 강해 적시타를 잘 만들어주고 있다.

뛰어난 안타제조기였지만 지난 시즌 가치가 떨어진 이명기를 데려온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이명기는 장단점이 확실하다. 배트 컨트롤이 좋고 발이 빨라 매 시즌 3할 타율을 기대할 만하다. 볼넷을 고르거나 도루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아쉬움도 있었다.

SK 역시 그런 점 때문에 이명기를 보내고 노수광을 받았다. 2번 타자가 필요했던 KIA에서는 이명기의 장점만이 눈에 띈다. 김 감독의 믿음 속에서 이명기 역시 방망이가 불을 뿜으며 강타자가 즐비한 KIA에서 최고 타율을 다투고 있다.

발이 워낙 빨라 쉽게 병살도 당하지 않고 중심타선의 적시타가 터지면 안정적인 득점원 역할까지 해주고 있다. KIA 야구팬들 사이에서 ‘김민식을 능가하는 복덩이다’는 극찬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물론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 그러나 자신의 분야에서 더할 나위 없는 안정성을 보이고 있는 두 주전 야수의 높은 공헌도는 2009시즌을 떠올리게 한다. 김민식과 이명기라는 날개까지 얻은 KIA의 올 시즌 비상은 기대해도 좋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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