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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일자리정책, 청년 일자리 뺏는다"…재계 우려 확산


입력 2017.05.25 18:15 수정 2017.05.25 19:40        박영국·이광영 기자

"하도급 근로자는 협력사 정규직…대기업·공공기관 이동 요구하는 것"

"임금 격차 심화된 노동시장 이중구조, 정규직화로 해결 못해"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자료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하도급 근로자는 협력사 정규직…대기업·공공기관 이동 요구하는 것"
"임금 격차 심화된 노동시장 이중구조, 정규직화로 해결 못해"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 정책의 일환으로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까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 밉보일까 두려워 벙어리 냉가슴만 앓던 재계는 25일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이 “정규직 전환 이슈는 실상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가 핵심”이라는 주장을 내놓자 "막힌 곳이 뻥 뚫린 듯한 기분"이라며 적극 동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날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26회 경총포럼에서 김 부회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의 본질을 정부의 시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짚었다.

그는 새 정부가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추진 정책을 발표한 이후 민간기업에서도 정규직 전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들이 요구하는 게 과연 ‘정규직’이라는 신분 자체인 것인지에 의문을 표했다.

김 부회장은 “그들은 비정규직이 아니라 엄연한 협력업체의 정규직”이라며 “이들의 요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기회로 열악한 중소기업에서 든든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 이동코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존 소속된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고용을 보장받길 원하는 게 아니라 파견된 일터의 원청업체, 즉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 소속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정규직 전환 이슈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모든 근로자들이 보다 나은 일자리를 원한다고 해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 옮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특히 중소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통계청 조사자료를 인용해 “비정규직 근로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비율은 절반이 넘는다”고 언급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8월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 중 근로형태를 자발적 사유로 선택한 비율은 53.1%에 달한다.

실제 고용 현장에서도 김 부회장의 주장이 현실과 부합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하도급 업체 소속으로 대기업에 파견된 근로자들의 임금은 통상 비슷한 규모의 일반 중소기업 임금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그 자리를 택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미 하도급 업체의 정규직 신분인데다 임금도 높은 근로자들이 파견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정규직으로 차별받는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대기업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정부의 무리한 ‘정규직화’ 정책이 오히려 청년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고용 능력이나 필요 인력이 한계가 있는 만큼 하도급 근로자를 직접 채용(정규직화) 방식으로 받아들인다면 그만큼 신규 채용 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기업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이날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의 과도한 임금상승이 산업현장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그는 “그동안 우리 노동시장은 노동조합원의 73%가 1000인 이상 기업에 속할 정도로 대기업 중심의 강성 노동운동이 이뤄져 왔고, 이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과도한 임금상승을 초래해, 결국 우리 노동시장의 최대 문제인 임금격차 심화의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에서도 김 부회장의 이같은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아서가 아닌 대기업과 임금 격차 때문”이라며 “임금 격차가 심화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웃소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곳도 중소기업”이라며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위해서는 오히려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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