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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출발' 문재인 정부, '5대 비리 공직 배제 공약'에 자승자박


입력 2017.05.27 00:01 수정 2017.05.27 13:03        문현구 기자

후보자 3인 모두 '5대 배제 기준'에 걸려 '누더기' 조짐

이낙연 후보 국회 통과 위해 김상조 후보 포기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첫 수석보좌관회의를 앞두고 참석자들과 커피를 마시고 있다. ⓒ청와대

출범한 지 20일도 채 안된 문재인 정부가 국정운영 지지율은 무려 90%에 육박하지만 국정수행의 선봉이 될 내각 구성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1기 내각' 구성을 위해 새로 임명된 국무총리와 장관급 인사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했던 '5대 비리' 기준에 걸려 '조각(組閣) 정국'이 자승자박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5대 비리자 고위공직 원천 배제 공약'에 발목 잡히나

문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5대 비리자 고위공직 원천 배제 공약'을 내걸면서 유권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앞선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보다 청렴하고 도덕적으로도 흠결이 없는 인사들을 기용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공약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거론한 '5대 비리자'는 병역 면탈, 부동산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이다. 하지만, 새 정부 '인사 1호'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부터 '5대 비리'와 맞물려 있다는 국회 야당 측의 거센 파상공세로 인해 순탄하지 않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자칫 '누더기 개각인선'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마저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미술 교사였던 이 후보자의 부인이 서울 강남에 있는 학교를 배정받기 위해 위장전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인데, 야당은 '위장 전입'외에도 '병역기피,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의혹이 있다'면서 '5대 비리 관련자를 고위 공직에서 배제한다'고 천명한 문 대통령이 스스로 원칙을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국회 인사청문위원인 경대수 자유한국당 간사는 "이번 청문회 기준은 대통령이 공약한 5대 비리에 해당되는 사람은 고위공직자로 임명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 후보자가 총리로서 적격 안된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김용태 바른정당 간사도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을 패스하고 다른 비리는 패스 안하냐는 문제가 있다"며 "총리 청문회 후 이어질 장관 청문회를 위해서도 이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이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은 이어질 장관 인선을 비롯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계속 거론될 수 있는 문제이기에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도 고민거리로 다가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어 '5대 비리' 문제가 되고 있는 인사청문회 대상자로는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이다.

김상조 후보자도 2차례 위장전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자는 지난 1994년 3월부터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했다. 이후 3년 뒤인 지난 1997년 1월 김 후보자를 제외한 부인과 아들은 교문동의 다른 아파트로 서류상 분가했다.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2개월 앞둔 때였다.

이어 김 후보자 가족은 1999년 2월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를 거쳐 2002년에는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로 주소지를 변경했는데 아들이 중학교 입학을 앞둔 시점이었다. 김 후보자는 아들이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시점에서도 주소지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화 후보자도 딸의 국내 고등학교 전학을 위해 잠시 위장전입을 했다. 강 후보자는 "유학 당시 딸을 낳아 아이가 이중국적이 됐고 성인이 됐을 때 딸 스스로 미국 국적을 택했다"며 "엄마가 외교부 장관을 하는데 딸이 미국인이면 미국과의 외교에서 이해충돌이 일어날 수 있어 딸에게 설명하고 한국 국적으로 바꾸는 것을 상의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후보자는 "큰딸은 위장전입을 했던 게 맞다"고 인정하며 "엄마 입장에서 딸을 위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 야당은 문재인 정부를 '위장전입 정부'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마저 위장전입을 한 것으로 드러나자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고위공직자 배제 5대 원칙에 포함된 위장전입을 스스로 파기했다고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고위공직자 인선 '자질과 능력' '도덕성' 등에 초점…개혁정부 출범 '명운' 좌우

국무총리와 장관 등 정부 고위공직자 임명전 인사 검증 단계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주의 깊게 보는 것이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그리고 도덕성이다. 공직자에게 업무능력과 함께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과 도덕성은 반드시 갖춰야 될 조건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전 정권들도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이나 임명 후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중도에 낙마하는 사례가 적잖았다.

김용준 국무통리 후보자 사퇴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사실상 낙마등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일련의 흐름이 삐걱거리는 가운데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가 2013년 1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굳은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첫 여성 총리 후보자였던 장상 당시 이화여대 총장은 총리 서리에 임명된 뒤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 장남의 이중국적 문제 등이 불거져 국회 인준이 부결됐다. 이어 한달 뒤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장대환 당시 매일경제신문 사장도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문제에 발목이 잡혀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2010년 국무총리 후보자였던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과 도청 직원 및 관용차 사적 활용 등이 밝혀지면서 인사청문회 나흘 후 자진 사퇴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출범 초기부터 인사실패로 도마위에 오르면서 여러차례 위기를 맞았다.

집권 초기 시점에는 정치권도 이른바 협조의 시기를 갖는 '허니문'을 거치지만 이번에는 출발점부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위장전입을 고위공직자 배제 원칙으로 공약해 놓고 스스로 이 원칙을 깨고 위장전입을 한 인사를 고위공직자로 임명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반응이다. 엄격한 기준을 대선 전 약속으로 내걸었는데 이러한 상황이 자칫 새 정부의 신선한 출발을 옥죄는 요건으로 되돌아 왔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김상조 후보 경우 그동안 재벌개혁을 주장해왔던 인사인데 자신이 위장전입한 것으로 드러났기에 공정거래위원장의 자격이 없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야당 측 입장이다. 한국당 등 야당은 김상조 후보자를 '낙마' 대상으로 꼽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청와대도 발빠르게 사과와 함께 '인선 기준'을 새로 마련한다는 계획을 알렸다. 그 어느 때보다 개혁을 원하는 '촛불민심'에 크게 힘입어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헝클어진 '인선매듭'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따라 '순항'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가 주말 사이에 이낙연 총리 후보자와 김상조 후보, 강경화 후보 등 3인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물밑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당이 가장 거부감을 갖는 인사가 김상조 후보라는 점에서 이낙연 후보 '통과'를 위해 김 후보를 포기해야 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흘러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현구 기자 (moonh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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