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거, 변화 통해 일궈낸 우승…스리백 승률 90%
'포백 신봉' 버리고 변하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어필
아스날 아르센 벵거 감독이 스리백으로 FA컵 정상을 차지했다.
아스날은 28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서 열린 첼시와의 ‘2016-17 잉글리시 FA컵’ 결승에서 2-1 승리를 거두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로써 아스날은 통산 13회 우승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2회)를 따돌리고, FA컵 최다 우승팀으로 올라서게 됐다.
벵거 감독은 아스날 부임 후 최악의 시즌을 겪었다. 13년째 리그 우승 실패를 둘째치더라도 벵거 감독의 유일한 방패막이라고 할 수 있는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마저 이뤄내지 못했다.
아스날 팬들의 벵거 퇴진 운동은 시즌 내내 이어졌고, 벵거 감독은 올 여름 계약 만료를 앞두고 거취 문제로 분위기를 어지럽게 했다.
벵거 감독이 아스날 팬들에게 떳떳하려면 최소한 FA컵 우승과 자신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 중심에 있는 스리백이다. 포백 신봉자로 알려진 벵거 감독이 스리백으로 변화를 꾀한 것은 획기적인 사건과도 같다.
미들즈브러전부터 스리백을 가동한 이후 공식 대회 8승 1패. 이 기간 맨체스터 시티, 맨유에 승리했지만 리그 2위 토트넘을 상대로 완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벵거식 스리백이 제대로 통하는지에 대한 마지막 시험무대는 이번 첼시와의 FA컵 결승전이었다.
첼시의 스리백은 난공불락이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시즌 초반 4-1-4-1 전술을 과감하게 버리고, 3-4-3으로 결국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끈 바 있다.
벵거 감독은 콘테의 스리백을 완전히 압도했다. 사실상 90분 내내 아스날이 완전히 주도한 경기내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로랑 코시엘니, 시코드란 무스타피, 가브리엘 파울리스타 등 세 명의 주전급 센터백이 모두 결장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기나긴 부상으로 13개월 만에 선발 출전한 페어 메르테자커가 중심을 잡아주고, 좌우에서 나초 몬레알과 롭 홀딩이 뒷받침했다. 제대로 손발을 맞춰보지 못한 스리백 조합이었지만 완벽에 가까운 수비력을 펼쳐보였다.
후방에서 단단함을 구축함에 따라 이러한 기세는 미드필드를 넘어 공격진영까지 흘러갔다. 아스날은 첼시보다 기민한 움직임으로 공간을 최소화했고, 공수 간격을 매끄럽게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점유율을 높이는 벵거 감독 특유의 철학은 고수했다.
에당 아자르를 축으로 하는 첼시의 빠른 역습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였던 은골로 캉테마저 아스날의 미드필더에게 지워질 정도였다.
아스날은 후반 31분 디에고 코스타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이후 벵거 감독의 용병술이 빛났다. 벵거 감독은 대니 웰벡 대신 올리비에 지루를 투입했다. 교체 들어오자마자 지루는 후반 34분 정확한 왼발 크로스를 아론 램지에게 배달하며 결승골을 합작했다.
그리고 한 골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프랑시스 코클랭을 투입했다. 본래 수비형 미드필더인 코클랭을 왼쪽 윙백에 배치한 것. 코클랭은 자신에게 생소한 왼쪽에서도 충분히 제 몫을 해내며 활기를 불어넣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알렉시스 산체스가 빠지고, 모하메드 엘 네니가 그라운드에 나섰다. 활동량이 좋은 엘네니는 2선에서 압박과 수비를 담당했다.
모든 것이 벵거 감독의 시나리오대로 만들어진 승리였다. 스리백으로 총 10경기서 9승 1패. 변화를 추구한 벵거 감독이 FA컵 우승으로 자신의 지도력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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