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①] 봉준호 "안서현이 '옥자'에게 한 귓속말은"
"너무 담대하고 고도의 평정심이 있는 친구" 극찬
"안서현, 영화 '옥자'가 가장 바랐던 배우였어요."
봉준호 감독에게 안서현(13)의 존재는 천군만마나 다름없었다. '살인의 추억' 연출부였던 이용주 감독이 "기가 막힌 친구가 있다"며 추천해준 게 안서현이었고, 안서현은 신들린 연기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했다.
"(안서현은) 너무 담대해요. 어린 나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정말 고도의 평정심이 딱 있어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너무 들떠 있거나 너무 비장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안서현이 딱이었죠."
봉준호 감독은 "이미 잘 하는 아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면서 "그래서 일부러 작품 얘기를 집요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평소 때의 모습을 끌어내기 위해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해줄까만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발생한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영화 속 미자(안서현)가 슈퍼돼지 옥자에게 귓속말을 하는 장면이다.
"별도의 디렉션 지시는 없었어요. '그냥 귓속말을 하면 돼'라고만 했어요. 그런데 이 친구는 '뭐라고 얘기할까요'라고 묻지 않고 그냥 '네'라고 답하고 그냥 해요. 나중에 '뭐라고 쭝얼쭝얼 했어?'라고 물었더니 아이돌 노래를 불렀대요. 하하."
그렇다고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해외 제작사가 참여한 작품인 만큼, 미국 배우협회 조항 규정을 철저히 지켜야 했다. 때문에 안서현의 촬영은 철저히 제한된 시간 내에 이루어졌다. 심지어 어렵게 강변북로를 통제한 뒤 촬영할 때조차 안서현의 촬영시간만큼은 지켰다고.
또 촬영 기간 동안 안서현의 키가 부쩍부쩍 자랐다는 점도 고민거리였다. 봉준호 감독은 최대한 어색해보이지 않도록 촬영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한편,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국내 3대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개봉을 보이콧한 가운데 29일 독립극장 100여곳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에서 동시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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