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 '군함도'서 위안부 피해자 역 맡아
소지섭과 호흡하며 강인하면서도 여린 여성 그려
류승완 감독 '군함도'서 위안부 피해자 역 맡아
소지섭과 호흡하며 강인하면서도 여린 여성 그려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고 가슴 아팠어요. 그랬기에 더욱 말년을 강한 여인으로 그리고 싶었고, 더 무덤덤하게 연기했던 거 같아요.”
숱한 사연을 안고 군함도로 향하는 여인 오말년. 일본인 위안부로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었던 그녀는 군함도에 도착하자마자 유곽으로 보내진다. 군함도의 낯선 상황에 두려워하는 조선인 소녀들의 든든한 언니가 돼준 오말년은 끝내 일본인에게 총을 겨누는 강인한 여성이었다.
배우 이정현이 또 한 편의 필모그래피를 완성시켰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하고 있는 이정현은 이번 ‘군함도’에서 역시 지금까지 그려졌던 작품들 속 ‘위안부’ 피해자와는 다른 지점의 말년을 완성시켰다.
서울 삼청동 모처에서 만난 이정현은 “내가 이 영화를 선택한 지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말년은 그저 나약하고 상처받고 슬픈 인물이 아니라 당당히 맞서면서 조선인 소녀들을 이끄는 강인한 여성이었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귀찮아 할 정도로 사무실을 찾아갔던 거 같아요. 자료도 찾고 다큐들을 찾아보면서 가슴 아팠고 고통스러웠어요. 그러면서 북한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영상을 보면서 고통 속에서도 덤덤하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슬프게 느껴졌죠. 괴롭고 힘들었어요. 하지만 연기톤을 바꾼 지점이었어죠. 말년은 원더우먼 같았고, 일본인에게 총을 겨누는 그런 강인함이 더 끌렸던 거 같아요. 이런 또 다른 캐릭터에 도전할 수 있었다는 건 배우로서 최고의 축복이지 않았나 싶어요.”
정신적으로는 강인했지만 당시의 상황 상 앙상 마른 외형을 유지하게 위해 36kg까지 감량하며 캐릭터에 몰입했다. 그렇게 외모와 뼛 속 깊은 내면까지 말년이 됐던 이정현은 “힘겹고 고통스러웠지만 행복했던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정말 최고의 영화 현장이 아니었나 싶어요. 출연진들도 쟁쟁했지만 류승완 감독을 비롯해 영화에 임하는 조단역 모든 분들이 하나였고 그렇게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작품이었어요. 배우로서 최고의 경험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무엇보다 말년이라는 캐릭터는 기존 여성과는 차별점이 있었고 그런 면에서 작품도 캐릭터도 완벽했다고 생각해요."
영화 ‘군함도’에 대한 이정현의 애정은 남달랐다. 그는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너무 떨리고 긴장된다”면서도 “세트와 CG가 너무나 완벽했고 한 신 한 신 너무 좋았다”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이정현이 ‘군함도’에 출연하게 된 배경은 류승완 감독의 아내이자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의 한 통의 전화였다. “영화 같이 하자, 여주인공이야”라는 강 대표의 말에 이정현은 소리를 질렀다고 회상했다.
“영화 같이 하자는 전화를 받았어요. 지하 주차장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소리를 질렀죠. 시나리오를 받고 1시간도 안돼 출연하겠다고 했어요. 위안부 피해자라는 캐릭터는 가슴 아팠지만 시나리오 속 인물은 강인했거든요. 남자 배우들의 캐스팅도 끝난 상태였는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라인업에 그저 감탄을 했죠. 영화를 안 한 이유가 없었어요.”
이정현은 자신이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작품 역시 그랬고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그리고 류승완 감독과의 작업은 “최고”라고 표현했다. 특히 극중 상대역으로 멜로 호흡한 소지섭에 대해서도 “묵묵히 챙겨주는 배우이자 상대의 몰입도는 높여주는 최고의 연기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소지섭과 함께 호흡한 여배우들은 모두 다 그를 극찬한다”고 덧붙였다. 소간지가 아닌 소매너라는 것.
영화 현장이나 팀워크를 너무 좋다보니 영화 속 힘든 연기 역시 좋았고, 부상마저도 훈장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정현은 “다리에 화상을 입었는데 뿌듯했다”면서 “그렇게 부상마저도 행복했던 현장에서 또 한 편의 필모그래피를 완성시켜 너무 좋다. 무엇보다 대중들이 많이 볼 수 있는 영화를 하게돼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고 전했다.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 같아요. 이 분위기를 몰아서 드라마도 하고 영화도 로맨스에 도전하고 그래 볼려구요. 가볍고 편한 작품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매 번 굵직한 작품들만 섭외가 와서. 하하하. 그래도 꾸준히 시나리오를 주시니 너무 감사할 따름이죠. ‘군함도’ 이후의 작품이 되다보니 더 신중하고 고민이 되긴 해요. 더 좋은 작품으로 하루 빨리 인사드릴 수 있도록 열일을 찾아야죠. 무엇보다 영화 ‘군함도’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어요. 설레고 떨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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