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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이병헌 "다작하는 이유?…아버지 때문"


입력 2017.10.10 08:04 수정 2017.10.14 00:17        김명신 기자

영화 '남한산성' 최명길 역으로 열연

다양한 작품 활동…필모그래피 완성도

영화 '남한산성' 최명길 역으로 열연
다양한 작품 활동…필모그래피 완성도

배우 이병헌이 영화 '남한산성'을 통해 또 한 편의 필모그래피를 완성했다. ⓒ CJ엔터테인먼트

“어떻게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현실이 있을 수 있을까 싶었죠. 슬픈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거운 슬픔 말이에요. 그렇게 ‘남한산성’은 묵직한 슬픔을 가진 작품인 거 같아요.”

세 번째 사극으로 충무로에 복귀한 배우 이병헌이 ‘남한산성’을 대하는 느낌은 종전과는 크게 달랐다. 그는 “무겁고 묵직한 슬픔”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영화만의 색깔과 감성이 담긴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감독이 정말 똑똑하고 잘 만드는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여러 가지 상황상 연출을 함에 있어 흔들릴 수도 있었을텐데 덤덤하게 차근차근 잘 쌓아올렸어요. 이번 영화를 선택하기를 잘했구나 싶은 지점이었죠. 실제 역사를 다룬 점에서 기존 작품들과 크게 다르고 무엇보다 시나리오 읽으면서 영화 같은,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사실이라는 느낌을 받았죠. 여러 가지의 슬픈 영화들이 있지만 분명 다른 느낌의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 삼청동 모처에서 만난 이병헌은 ‘남한산성’에 대한 남다른 의미와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누구의 손도 들어줄 수 없고, 감정이입이 몇 백번 바뀌는 작품”이라면서 “그 매력이 문제점일 수도 있지만 그 만큼 독특한 시나리오가 주는 매력이 충분한 영화”라고 평가했다.

정통사극이라는 장르 특성상 흥행과 관련한 우려에 대해서도 “차별점이 있다. 다양성으로 접근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화려하고 요란한 상업영화에 지친 관객들도 있고, 관객들에게 선택의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좋은 거 같다”고 의식하지 않았다.

배우 이병헌이 영화 '남한산성'을 통해 또 한 편의 필모그래피를 완성했다. ⓒ CJ엔터테인먼트

혹독하게도 추웠던 1636년 겨울, 47일 간 남한산성에 갇힌 인조와 조정, 그리고 민초. 모든 사람들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이조판서 최명길은 나라와 백성을 위해 청과의 화친을 주장한다. 비통한 순간에 선택한 화친이었기에 그는 극 내내 침착하면서도 냉철한 모습을 보이지만 눈가 만큼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항상 슬퍼보였다는 정서가 맞다고 생각해요. 최명길의 감정은 비통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했거든요. 차분하고 온화하고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 직접적이지 않은 성격이라 하더라도 남한산성에서 죽어나가는 백성들을 보며 비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거에요. 그랬기에 김상헌(청과 전쟁을 주장한 척사파)과 격렬하게 대립했고, 결국에는 오열을 할 수밖에 없었죠.”

기존과는 다른 정통사극에 도전한 이병헌은 “생경한 단어들도 많고 고어체들의 대사도 많았지만 정통사극의 특성상 처음 듣는 단어인데도 정확한 의미가 전달되는 묘한 힘이 있더라”면서 “역사 속 토시하나라도 바꿀 수 없는 사실이기에 더 슬펐고, 큰 무게감의 슬픔을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작품까지 장르를 파괴하고 다양한 작품을 연거푸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과거 일본 드라마가, 홍콩 느와르가 큰 돌풍을 일으킨 경우가 있었다. 지금은 한국영화가 대세”라면서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영화의 위상과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작품에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기쁨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감독이 누구인가. 배우가 사는 작품인가. 그런 건 저한테 중요하지 않아요. 제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작품이면 되죠. 이번 작품도 같은 맥락이었어요. 시나리오 자체만으로도 너무 완벽했죠. 외국에 몇 개월씩 있으면서 한국영화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이 생긴 거 같아요. 모두가 부러워하는 한국의 작품에 출연한다는 점을 너무 당연시 생각한 건 아닌가, 고마움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었죠. 그래서 지금은 너무 감사하게 불러주시는 작품마다 하려고 해요. 다작을 하는 이유죠.”

배우 이병헌이 영화 '남한산성'을 통해 또 한 편의 필모그래피를 완성했다. ⓒ CJ엔터테인먼트

‘배우 이병헌’이라는 이름값에도 불구하고 그는 “배우로서 작품을 선택할 수 있고, 계속적으로 캐스팅 제안이 들어온다는 점은 매우 행복한 일”이라면서 “배우로서 감사한 삶을 살고 있고, 그렇게 감사한 생각을 하다 보니 더 행복한 일만 생기고 거만과 겸손이 덜 해지더라”라고 자세를 낮췄다.

데뷔 26년. 그는 자신의 대표작에 대해 “‘번지점프를 하다’ ‘싱글라이더’ ‘내부자들’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특히 할리우드 영화 ‘매그니피센트7’에 대해서는 ”사적으로 감회가 새로웠던 작품“이라고 회상했다.

“아버지가 영화를 정말 좋아하셨어요. 저 어릴 적부터 같이 영화를 자주 보기도 했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특히 아버지가 서부 영화를 좋아하셨는데, 그때 언급하셨던 ‘황해의 7인’을 리메이크한 작품에, 그것도 본토에서 제작한 서부영화에서 7인 중 하나로 출연하게 됐다는 점에서 큰 감동이었어요. 당시의 작품에 함께 한 스태프와 같이 작업을 하게돼 영광이었어죠. 개인적으로 감동한 순간들이 많았던 작업이었어요. 아버지 때문이죠.”

김명신 기자 (s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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