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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D램 이어 낸드도 강자로 부상하나


입력 2017.10.01 06:00 수정 2017.10.01 14:51        이홍석 기자

한·미·일 연합, 도시바메모리 인수로 긍정 효과 기대 '업'

경쟁력 강화 시간 필요...향후 변수도 많아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전경.ⓒSK하이닉스
한·미·일 연합, 도시바메모리 인수로 긍정 효과 기대 '업'
경쟁력 강화 시간 필요...향후 변수도 많아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성공하면서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확실한 강자 역할을 해 온 D램에 비해 낸드 경쟁력이 약해 반쪽자리 메모리반도체 업체라는 약점을 얼마나 빨리 극복해 나갈지가 주목되고 있다.

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한·미·일 연합 주도로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 판게아에 지분투자를 통해 낸드플래시 강자 도시바메모리 기술과 노하우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가운데 기대감과 신중함이 엇갈리고 있다.

낸드플래시 원조 도시바, 기술과 생산 노하우 얻을 것 많아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기억하는 메모리반도체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임베디드멀티미디어카드(eMMC)를 비롯, 차세대 저장장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기업용 서버 등으로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올 2분기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가 38.3%의 점유율로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도시바(2위·16.1%), 웨스턴디지털(3위·15.8%), 마이크론(4위·11.6%), SK하이닉스(5위·10.6%) 등의 순으로 구도가 형성돼 있다.

한·미·일 연합에 참여해 도시바메모리 지분투자에 성공한 SK하이닉스로서는 산술적으로만 보면 당장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2분기를 기준으로 도시바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합치면 26.7%로 삼성전자와 10%포인트 격차로 양강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

D램 시장에서 26.8%의 점유율로 삼성전자(45.1%)에 이어 확고한 2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어 낸드에서도 동일한 구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또 오는 2019년경에는 시장 규모 측면에서 낸드플래시가 D램을 앞지르는 등 메모리반도체 내에서의 위상이 역전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어서 지분투자를 통한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는 회사로서 누릴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특히 도시바메모리가 전 세계 최초로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회사로 원천 기술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낸드플래시 원천 특허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낸드를 개발하는 업체들은 도시바에 특허 사용료를 내거나 특허를 피해 기술을 개발해야 해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SK하이닉스로서는 이러한 점들을 신경쓸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는 기술 개발이 복잡하고 수율 등 생산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도 있는 등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다”며 “SK하이닉스로서는 업력이 앞선 도시바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분명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낸드 대세로 떠오른 3D 경쟁력 의문...자체 투자 병행 필요
하지만 당장 낸드플래시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기에는 어려워 시간이 필요할 전망으로 변수도 있는 상황이다.

도시바가 낸드플래시 원조기업으로 기술력이 있는 회사이기는 하지만 이는 주로 2D(평면)에 국한돼 있고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3D(3차원·수직) 분야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3D 낸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술력과 생산능력(캐파)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소재 도시바 본사 건물 전경.ⓒ연합뉴스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수직으로 쌓는 3D 낸드플래시는 평면으로 배치하는 2D에 비해 같은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저장용량이 크다는 장점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향후 시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업계 최초로 72단 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하는 등 기술력에서는 이미 인정을 받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에 비해 제품 캐파에서 삼성전자에 뒤져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이는 향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과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도시바메모리에 대한 지분 투자에 대해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기술력 향상과 생산력 확대를 위해서는 지분투자보다는 자체투자가 오히려 더 효율적인 접근방법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도시바메모리 지분 투자와 관계없이 이미 오는 2019년 상반기로 예정된 중국 우시와 청주 공장의 완공 시기를 내년 4분기로 앞당길 예정이다.

현재 D램을 생산하고 있는 우시 공장은 확장 공사가 진행 중으로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이 들어설 전망이다. 청주에는 낸드플래시 신규 생산라인(M15)가 들어서며 이천 M14 공장에서도 지난달부터 2층에서 48단 3D낸드 양산에 들어간 상태로 절반 이상을 낸드플래시 생산설비로 채우는 등 캐파 확대에 전력하고 있다.

향후 의결권 확보 제한 '변수'
또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한 한·미·일 연합에 너무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SK하이닉스의 기대만큼 경쟁력 향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컨소시엄에는 SK하이닉스 외에도 델·시게이트·킹스톤테크놀로지 등 많은 업체들이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최소 10년간 독점적으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제한돼 기술 확보가 쉽지 않다.

또 인수주체인 판게아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지만 이 또한 제한이 많은 상황이다. 전환사채(CB)로 투자해 최대 15%의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는 얻었지만 이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각국 반독점 당국의 승인이 필요한데다 향후 10년간 15% 이상으로는 보유할 수 없다.

이러한 많은 제약 조건들로 인해 SK는 일단 인수가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양상이다. SK와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인수전 과정에서 줄곧 인수주체가 SK가 아닌 한·미·일 연합으로 SK는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또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만찬장에서 “(도시바메모리는) 인수가 아닌 투자로 생각한다”며 “다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일 연합이 우여곡절 끝에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한 게 된 것은 어쨌튼 SK하이닉스로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많은 제약 조건들이 있는 만큼 자체 투자 강화를 통한 경쟁력 향상도 병행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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