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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실효성 있는' 실사 가능할까…대안 없는 정부의 한계


입력 2018.02.26 11:41 수정 2018.02.26 14:37        박영국 기자

"회계상 불법성 여부 실사에 그치면 정부 지원 명분만 만들어주는 꼴"

GM 철수시 정부 대안 없어 '불리한 싸움'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조치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2일 전북 군산 한국지엠 군산공장 정문에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조치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2일 전북 군산 한국지엠 군산공장 정문에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회계상 불법성 여부 실사에 그치면 정부 지원 명분만 만들어주는 꼴"
GM 철수시 정부 대안 없어 '불리한 싸움'

한국지엠의 존속 여부를 놓고 벌이는 정부와 GM 본사간 힘겨루기가 이번 주부터 본격화된다. GM은 정부 지원 무산시 ‘한국 철수’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 있지만, 정부는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경우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불리한 입장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에 대한 산업은행의 재무실사가 빠르면 이번 주부터 이뤄진다. 실사 결과에 따른 정부의 지원 여부는 한국지엠의 존속을 판가름할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정부 지원 외에 노동조합의 생산비용 절감 합의를 골자로 하는 임단협 타결도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정부가 산은 자금지원 및 세제혜택 등의 대가로 장기간 GM의 발을 한국에 묶어두면서 고용보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한국지엠이 노조를 설득하기도 한결 수월해진다.

문제는 실사의 범위다. GM은 지난해 산은의 주주감사에 대해서도 주요 자료 제출 요청에 불응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한 바 있다.

이번에 실사에 합의했다고는 하지만 실효성 있는 실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GM이 한국지엠을 통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 이를테면 연구개발비 과다 책정이나 불공정한 이전가격 설정 등의 의혹을 파헤칠 만한 정밀 실사가 가능하도록 GM 측이 허용할지 의문이다.

단순히 회계상의 불법성 여부를 실사하는 수준이라면 의혹 규명보다는 한국지엠에 대한 정부 지원의 명분만 만들어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철수론 이후 한국GM의 대안’ 보고서에서 “산은과 GM은 삼일회계를 선정해 한국지엠의 실사를 맡길 것이라고 하는데, 현재 한국지엠의 문제점은 회계의 불법성이 아니다”라며 “연구개발비용의 과도한 분담이나 이전가격 수출은 본사와 한국지엠의 불공정한 거래일 수는 있어도 법적 문제가 되는 분식회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회계법인이 법적 기준이나 국제 관행을 기준으로 실사에 나서면 결국 한국지엠 경영에 큰 문제는 없다고 결론 날 가능성이 크고, 정부는 그 실사 결과를 근거로 지원을 단행할 것”이라며 “결국 정부가 요구하는 실사는 정부 지원을 정당화하기 위한 면피용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설령 실효성 있는 실사가 이뤄져 각종 의혹을 규명한다고 해도 정부가 ‘이기는 패’를 쥐게 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개발비용 과다 책정이나 불공정한 이전가격 설정 등에 대해 정부가 제재를 가할 수도 없고, ‘이런 문제가 있었으니 정부 지원 없이 GM이 알아서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를 책임져라’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GM은 이미 ‘정부 지원이 없으면 철수하겠다’는 무언의 엄포를 놓은 상태다. 정부가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원’ 대신 ‘제재’를 택한다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면 된다.

반면 정부는 GM의 한국철수 이후 벌어질 일들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한국지엠 직원 1만6000명을 비롯, 협력사까지 수십만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의 고용대란과 지역경제의 붕괴, 자동차 부품 생태계의 균열 등을 막기 위한 대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 당장 6월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불리한 상황을 만드는 것도 정부로서는 부담스런 일이다.

GM이 철수해도 공장은 남는다지만 빈껍데기 뿐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한국지엠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는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를 제외하면 모두 쉐보레 브랜드로 GM 본사가 브랜드와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고, 해외 판로도 GM을 통해 유지된다”면서 “GM이 빠져나간 공장을 인수하고자 하는 업체도 없을 뿐 아니라 인수한다 해도 기존의 고용수준을 유지할 정도로 가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부는 GM과의 줄다리기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대를 압박할 무기가 있는 쪽과 없는 쪽이 맞붙는다면 제대로 된 싸움이 될 수가 없다”면서 “정부가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 GM을 압박하지 않는다면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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