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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엄마' 임수정은 특별하다…'당신의 부탁'


입력 2018.04.08 08:00 수정 2018.04.07 23:17        부수정 기자

'환절기' 이동은 감독 연출

윤찬영·이상희·서신애 출연

'당신의 부탁'은 2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은 서른두 살 효진(임수정)이 죽은 남편과 전 부인 사이에서 홀로 남겨진 열여섯 살 아들 종욱(윤찬영)과 함께하는 낯선 생활을 그린다.ⓒ명필름

임수정 주연 '당신의 부탁' 리뷰
'환절기' 이동은 감독 연출


서른둘 효진(임수정)은 2년 전 사고로 남편을 떠나보내고 절친 미란(이상희)과 동네 작은 공부방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시댁 식구의 부탁으로 죽은 남편의 아들인 16살 종욱(윤찬영)을 떠맡게 된다. 홀로 남겨진 종욱이 갈 곳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종욱의 엄마가 되어달라는 당황스러운 부탁을, 효진은 거절하지 못한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종욱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 효진은 종욱과 한집 살이를 시작한다.

자신을 '아줌마'라 부르는, 사춘기 소년과의 생활은 어색하기만 하다. 한 차례 가출한 경력이 있는 종욱에게 효진은 엄마가 아닌 아빠의 연인 같은 존재다. 낯선 여자를 갑자기 엄마로 맞게 된 종욱의 마음은 혼란스럽다. 그런 종욱의 곁에는 친구 주미(서신애)가 있다.

종욱은 집을 나가 주미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종욱의 행방을 찾아 헤매던 효진은 종욱이 집에 돌아오자 말다툼을 한다. 한 집에 사는 둘은 가까워질 수 있을까.

'당신의 부탁'은 2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은 서른두 살 효진(임수정)이 죽은 남편과 전 부인 사이에서 홀로 남겨진 열여섯 살 아들 종욱(윤찬영)과 함께하는 낯선 생활을 그린다.ⓒ명필름

영화 '당신의 부탁'은 2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은 서른두 살 효진(임수정)이 죽은 남편과 전 부인 사이에서 홀로 남겨진 열여섯 살 아들 종욱(윤찬영)과 함께하는 낯선 생활을 담았다.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나리오로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담담한 이야기가 미덕인 작품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효진의 일상을 따라간다. 남편과 사별한 효진의 아픔을 일부러 들춰내지도, 건드리지도 않는다. 효진 역시 상처를 꺼내면서 펑펑 울지 않는다. 관객으로 하여금 효진의 상처와 사연을 미루어 짐작하게 만든다. 눈물을 쥐어 짜지않아도 관객의 마음이 잔잔하게 흔들린다.

상실의 아픔을 지닌 효진과 종욱이 낯설었던 서로를 통해 서서히 가까워지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친해지기 위해 억지로 다가가지 않고, 상대방이 마음을 열기를 기다리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담백하게 담았다.

이 영화의 주제는 엄마와 가족이다. 영화엔 다양한 모습의 엄마가 등장하다. 죽은 남편이 남기고 간 아들 종욱의 법적 엄마 효진을 비롯해 초보 엄마 미란, 딸이 잘 되기를 바라며 잔소리하는 현실 엄마 명자(오미연) 등이 그렇다. 생각지도 못한 임신을 하게 된 종욱의 친구 주미, 엄마가 되고 싶지만 아이를 가질 수 없어 주미의 아이를 키우기로 한 서영, 종욱이 애타게 찾는 친엄마 등 여러 엄마를 보여주며 '엄마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낳기만 하며 엄마일까'라는 질문을 뛰어넘어 엄마의 더 넓은 의미를 고민하게 된다. 효진이 종욱을 감싸 안는 과정을 통해서는 '가족의 역할'에 대해 짚는다.

'당신의 부탁'은 2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은 서른두 살 효진(임수정)이 죽은 남편과 전 부인 사이에서 홀로 남겨진 열여섯 살 아들 종욱(윤찬영)과 함께하는 낯선 생활을 그린다.ⓒ명필름

명필름랩 1기 작품인 '환절기'를 통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이동은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6년 전에 이야기를 쓴 이 감독은 "효진과 종욱의 입장에서 부탁하고, 부탁받는 일들을 비롯해 일상에서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부탁과 도움을 제목에 담았다"면서 "영화의 영어 제목이 '마더스'(Mothers)인 것처럼 날 낳아준 엄마는 한 명이지만 엄마 같은 존재가 여러 명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선보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엄마의 역할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었다"며 "다양한 가족이 있는데 가족의 의미를 너무 좁게 해석하고, 역할을 강요해서 힘든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가족의 문턱을 낮춰보고자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부탁'은 서로 다른 사실을 겪은 두 사람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가족을 받아들이고 독립된 자신으로 첫 =발을 내딛는 이야기다. 차가운 현실에서 따뜻한 손을 잡아주며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이들의 용기를 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배우 임수정이 엄마 효진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임수정은 아픈 상처를 지닌 효진을 매끄럽게 연기했다. 크게 소리 내 울거나 화내지 않아도 효진의 감정이 느껴지는 건 임수정이라는 배우의 연기력 덕이다.

임수정은 충무로에서 흔치 않은 여성 원톱 주연으로 나섰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책 한 권을 읽은 것처럼 몰입이 잘 됐다"며 "이야기의 결과 관찰자로 분한 감독님의 시선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정말 기뻤다"며 "배우라면 욕심낼 만한 작품이라서 큰 고민 없이 출연을 결심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 영화엔 효진 외에 다양한 모습의 엄마가 등장하기 때문에 촬영하면서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면서 "'엄마라는 존재가 무엇일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 작품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의미가 깊은 영화"라고 설명했다

4월 19일 개봉. 104분. 15세 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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