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자외선 차단제 시장…선케어 기술 개발 '속도전'
자외선 차단제 시장 5년새 20% 커져…'선케어' 카테고리 적극 강화
화장품 ODM 업체도 기술 개발 분주…트렌드 선도할 신기술 앞다퉈 선봬
연초부터 이상 고온현상이 나타나는 등 무더위가 성큼 다가오면서 자외선 화장품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DM) 업체들은 자외선 차단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뷰티 시장에 진일보한 상품을 선보이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29일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외선 차단제 시장은 5년 전에 비해 약 20% 성장한 9000억원대로 추산된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H&B스토어 '올리브영'은 매장에 입점된 자외선 차단제 제품 수가 3년 전에 비해 2배나 증가했다.
그동안 자외선 차단제 제형은 로션 형태가 가장 흔했지만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이 역시 변화를 겪고 있다. 요즘 소비자들 사이에선 가벼운 외출용 혹은 운동용, 민감성 피부용 등에 따라 다른 특성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트렌드다. 뷰티 브랜드들은 이에 발맞춰 젤이나 스틱 형태 등을 추가하면서 자외선 차단제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는 '저자극'을 앞세운 제품이 선전하고 있다. '셀퓨전씨 레이저 썬스크린 100'은 자연유래 콜라겐 성분으로 피부 손상을 회복해 준다. 이 제품은 올리브영에 입점한 지 6개월 만에 매출이 7배 이상 증가하며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선스틱' 열풍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올리브영 선스틱 매출 1위인 ‘AHC 내추럴 쉴드 선스틱’은 메이크업 위에 덧발라 사용할 수 있어 휴대하면서 자외선 차단이 필요한 부분에 수시로 바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닥터지 브라이트닝업선’은 피부 장벽 보호 뿐 아니라 피부를 환하게 만드는 톤업 기능까지 갖췄다.
화장품 제조업체들은 이 다음으로 찾아올 선케어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한 발 앞서 신제품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 ODM 업체인 코스맥스와 한국콜마가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콜마는 이달 초 수분 함유량이 50%를 웃도는 스틱형 자외선 차단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앞서 특허를 보유한 수분 스틱 기술에 자외선 차단 기능을 접목해 자외선 차단과 수분 공급 효과를 동시에 부여하는 기술이다. 회사 측은 올해 특허 출원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콜마 연구진은 기존 자외선 차단제에 함유된 오일이 끈적임을 유발하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자외선 차단 기능을 수분 스틱에 구현하는 기술을 1년 이상 연구했다. 그 결과 제형 안정화에 성공해 국내외 시장에 수분 에센스를 50% 이상 함유한 스틱형 자외선 차단제를 선보이게 됐다.
고승용 한국콜마 색조화장품연구소 연구소장은 “한국콜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형 및 차별화된 선케어 제품을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융합기술 연구를 통해 자외선 차단제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맥스는 최근 '적외선 차단 화장품' 특허를 획득하고, 회사가 개발한 적외선 차단지수 IPF(Infrared Protection Factor)의 세계 표준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코스맥스의 적외선 차단 화장품은 피부에 와닿는 적외선을 반사하는 원리를 적용한 토탈 선케어 제품이다.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차세대 세계 일류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코스맥스가 특허를 획득한 근적외선 차단 화장품 기술은 선케어 제품은 물론 기초 화장품과 메이크업 제품 등 여러 제형의 화장품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자외선 차단지수와 관련된 국제 표준은 현재 SPF(Sun Protection Factor), PA(Protection of UVA) 등이 있지만 적외선 차단지수는 국제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적외선의 피부 유해성 연구는 유럽을 중심으로 발표되고 있다.
코스맥스는 업계 최초로 적외선 차단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새 임상법을 개발했다. 코스맥스 연구팀은 지질학 연구에서 착안해 빛의 반사 양을 측정하는 임상 평가법을 고안했다. 피부에 적외선 차단 제품 샘플을 바르고, 그 전·후의 적외선 반사율을 측정해 수치화한 것이 IPF다.
박명삼 코스맥스 R&I센터 원장은 “그동안 선케어 화장품 시장은 1978년 미국 FDA에서 최초로 인정한 SPF 평가법과 1990년대 일본에서 개발된 PA 평가법이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았다”며 ”코스맥스가 개발한 적외선 차단 평가법이 세계 표준으로 제정된다면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K뷰티의 기술력은 한층 더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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