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보험 적합성진단 부실" 생보사 무더기 경고
미래에셋·메트라이프·KB·카디프생명, 금감원서 제재
변액보험 시장 주도 생보사들 문제 지적에 우려 증폭
생명보험사들이 변액보험 상품을 판매할 때 고객들을 상대로 반드시 진행해하는 적합성진단을 부실하게 운영해오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무더기 경고를 받았다. 적합성진단은 변액보험이 필요하지 않은 소비자들의 불필요한 가입을 막기 위해 마련된 절차로 불완전판매를 차단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장치다. 특히 이번에 문제를 지적 받은 생보사들이 최근 변액보험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들이라는 점은 우려를 더욱 키우는 대목이다.
9일 금감원에 따르면 변액보험 적합성진단에 문제가 발견된 미래에셋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 KB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4개 생보사에게 최근 경영유의와 경영개선 등 기관 제재가 내려졌다. 이 같은 제재 통보를 받은 금융사는 6개월 내에 이에 대한 조치 결과를 금감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번에 생보사들이 지적받은 변액보험 적합성진단은 고객이 장기 계약인 변액보험에 적합한 지 여부를 가입 전에 미리 알아보는 일종의 테스트다. 모집인은 상품 가입 목적과 보험료 납입 능력, 손실 감내 수준 등 변액보험 부적합자 판별을 위한 질문에 소비자가 하나라도 해당되는 경우 판매 권유를 금지하도록 돼 있다.
이 같이 변액보험에 남다른 절차가 적용되고 있는 이유는 다른 보험들과 달리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 소비자가 가입을 결정했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일을 사전에 막기 위한 차원이다. 변액보험은 보험금을 보장받는 동시에 펀드 운용 실적에 따라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투자 손해를 낼 위험도 있다.
이번에 금감원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생보사들은 이 같은 변액보험 적합성진단의 시행과 관리에 구멍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에셋생명은 적합성진단 결과에서 생명보험협회의 표준준칙을 어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상품 성향과 투자 성향 모두를 제시해야 함에도 투자 성향만 제공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부적합 점수 수준을 낮게 설정해 진단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미래에셋생명에 통과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라고 통보했다.
관련 양식과 판정 기준에서도 불합리한 면이 발견됐다. 미래에셋생명은 적합성진단 설문지에서 선택 항목의 점수 배점을 높은 순으로 배열해 지적을 받았다. 예를 들어 '앞으로 주식이나 주식형 상품의 비중을 어느 정도로 구성하고 싶으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5% 미만부터 50% 이상까지 순차적으로 나열하도록 한 표준준칙과 달리 이를 거꾸로 배열했다.
메트라이프는 변액보험 가입이 부적합한 계약자에게 변액보험 가입을 권유할 우려가 있는 적합성진단을 시행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입 희망 금융 상품과 관련된 문항에 대해 변액보험이 아닌 주식·채권 등 금융 투자 상품이나 일반보험으로 답한 소비자에 대해서도 적합자로 분류하도록 하는 기준을 마련해 운영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메트라이프는 이를 통해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주식·채권 등의 금융 투자 상품이나 일반보험에 가입하고자하는 고객들에게 변액보험 가입을 권유, 총 503건의 변액보험 계약을 체결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변액보험 계약의 권유 절차를 먼저 진행한 후 청약서 작성 직전에 변액보험 부적합 보험계약 체결 확인서에 자필서명을 받은 점도 문제였다.
KB생명은 투자 경험 등 답변을 복수 선택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해 선택한 항목의 점수를 제한 없이 모두 합산하고 있어 실상에 비해 과도한 점수가 나올 우려가 있는 변액보험 적합성진단을 운영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계약자 정보 확인서에 작성 일자가 누락되는 등 변액보험 적합성진단 관련 점검 기준이 미비해 적합성 원칙 준수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과 자체 점검 기준,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 같은 적합성진단에서의 허점은 향후 소비자 불만을 키우는 주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 들어 변액보험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은 걱정을 키우는 요인이다. 실제 올해 1~4월 국내 24개 생보사들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8976억원으로 전년 동기(6379억원) 대비 40.7%(2597억원)나 늘었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성장성 지표다.
이번에 제재를 받은 생보사들은 요즘 들어 변액보험 영업을 크게 확대하고 있는 곳들이다. 그 만큼 이들의 문제가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1~4월 미래에셋·메트라이프·KB·BNP파리바카디프생명의 초회보험료는 총 4529억원으로 같은 기간 생보사 전체의 절반 이상(50.4%)를 차지했다. 생보사별로는 미래에셋생명이 2595억원으로 1위였고, 이어 KB생명이 3위(998억원), 메트라이프가 5위(490억원),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6위(447억원) 등 순이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새 국제회계기준을 대비해 자본 확충 부담을 덜고자 하는 보험사들의 입장과 저금리 속에서 조금이라도 투자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입장이 맞물리면서 변액보험 시장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며 "다만 다른 상품들에 비해 변액보험에서의 불완전판매율이 여전히 높은 만큼 생보사들이 성장에 걸 맞는 판매 질서 확립을 위해 좀 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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