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기론-하] 그래도 믿을건 반도체뿐...돌파구는
국내 수출·증시서 비중 점점 커져...대안 부재로 경제 타격 우려
10나노 D램·3D 낸드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메모리 편중 탈피
최근 2년간 초호황을 지속하며 국내 수출과 경제를 지탱해 온 반도체 산업이 최근 심상치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강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가 공급과잉으로 인해 가격과 점유율이 동반 하락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불거진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강화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해까지는 버팀목 역할을 지속하겠지만 내년부터는 이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코리아 파워가 이어질 수 있는 동력이 절실하다.[편집자 주]
국내 수출·증시서 비중 점점 커져...대안 부재로 경제 타격 우려
10나노 D램·3D 낸드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메모리 편중 탈피
현재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시선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이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조짐으로 수익성 악화와 점유율 감소 등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제품의 가격 등락은 수급에 따라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기에 큰 문제가 아니고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의 추격도 아직 격차가 있는 만큼 당장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시각 차가 존재하지만 반도체 산업이 국내 산업·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는 모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반도체가 현재 국내 산업과 경제의 버팀목이자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가 조금만 흔들려도 산업과 경제 전반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5월 국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3%로 지난 2015년(11.9%)에 비해 약 2배 가량 늘어나며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반도체 수출 규모는 약 620억6000만달러로 전제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하고 있다.
대표업체인 삼성전자가 코스피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약 20% 안팎으로 SK하이닉스까지 포함하면 약 25% 안팎으로 유가증권 시장의 4분의 1에 달한다.
산업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타더라도 그동안 지속돼 온 초호황이 바로 반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감소도 시간을 두고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반도체가 하락세를 타더라도 당분간 어느 정도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인데 지금같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경제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를 대체할만한 산업이 부재한 상황이어서 결국 반도체 산업 내에서 해법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와 메모리 편중 구조 개선
반도체업계에서는 결국 범용 제품이 아닌 고부가 제품으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국내 업체들이 그동안 강조해 온 초격차기술 전략을 강화애 경쟁사 대비 2~3년 빠른 기술을 바탕으로 한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세공정과 다단화 기술을 통해 얼마나 빠르게 10나노급 D램과 3D(3차원) 낸드플래시 비중을 늘려나가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라도 결국 기술력 밖에 답이 없다”며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로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해 격차를 벌려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메모리반도체에 지나치게 천착돼 있는 구조 변화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때문에 바로 위기론이 나올 정도라는 것은 결국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못하다는데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분야에서 매우 잘 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지금이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분야로 역량을 확대해 메모리 편중에서 탈피해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갖춰야 할때라고 강조한다.
주로 기억의 역할을 담당하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연산 기능을 담당하는 시스템반도체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4분의 3을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도래와 함께 향후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차 등의 수요 확대로 그래픽처리장치(GPU)·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센서 등 시스템 반도체 활용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인텔 등 미국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메모리반도체 양대 강자를 보유한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한 실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독립사업부와 자회사로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파운드리도 시스템반도체 중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팹리스(설계전문) 등 보다 다양한 분야로 국내 기업들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시장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시스템반도체 분야 개척 없이는 메모리반도체 편중 구조의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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