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한지민 "파격 연기 ? 이미지 걱정 안 했죠"
영화 '미쓰백'서 백상아 역
"아동학대 관심 가져 주길"
영화 '미쓰백'서 백상아 역
"아동학대 관심 가져 주길"
전과자, 흡연, 거친 욕설. '러블리'의 대명사 한지민(35)이 영화 '미쓰백'(감독 이지원)을 통해 소화한 부분이다.
사랑스러운 이미지의 한지민이 이 영화에 잘 어울릴까 우려가 앞섰지만, 배우는 꽤 자연스럽게 배역을 소화했다.
'미쓰백'은 실화를 모티브로 참혹한 세상에 맞서 소녀를 구원하려는 여자와 그 여자를 지키고자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아동학대 피해자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동학대 피해자인 상아와 지은을 통해 아동학대가 한 사람의 삶을 뿌리째 흔드는지, 이로 인한 상처가 얼마만큼 고통스러운지 까발린다.
한지민은 극 중 세상을 헤쳐가며 거칠게 살아가다 전과자가 된 여자 백상아로 분한다. 전과자라는 꼬리표가 주는 세상의 편견 속에 누구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은 채 살아가다 한 소녀를 만나 그녀를 구원하기로 결심하는 인물이다.
2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한지민은 "섬세한 감정선이 담긴 시나리오에 끌렸다"며 "시나리오를 읽고 극 중 상황이 화가 났고, 상아와 지은이를 보듬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캐릭터를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보다는 하고 싶었다는 마음이 컸단다. 배우는 "내 이미지를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캐릭터가 한 몸이 되는 게 숙제"라며 "이미지 때문에 걱정하진 않았고, 관객들이 백상아에게 몰입하기만 바랐다"고 미소 지었다.
한지민은 영화 개봉 전 tvN '아는 와이프'에서 당찬 여주인공 서우진 역을 맡아 호응을 얻었다. 그는 "선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연기하는 게 참 재밌었다"며 "'미쓰백' 백상아는 감정적으로 어려운 역할이었지만, 백상아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어서 출연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는 상아를 사람의 눈을 똑바로 보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상아는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동시에 세상을 잘 모르는 어린 아이'란다.
상처투성이 캐릭터를 준비하기 위해 배우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 "상아가 왜 이런 삶을 사는지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전과자로 낙인찍힌 후 삶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비주얼적인 모습도 신경 썼어요. 머리카락을 탈색한 것부터 시작했어요. 작은 상아는 세상에 대한 방어벽을 치는데, 이런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의상과 메이크업을 세게 연출했습니다."
한지민은 캐릭터를 위해 흡연, 욕설 연기에도 도전했다. 이질감을 주고 싶지 않았다. "일부러 달라 보이려고 하진 않았어요. 영화 시작 5~10분 만에 관객들이 상아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했죠."
대학에서 사회사업학을 전공한 그는 평소 아동 문제에 관심이 많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3월 내놓은 '2017 전국 아동학대 현황'을 보면 가해자의 절대다수(76.9%)는 부모다. 배우는 이 점을 짚으며 "아동학대는 사회 전체적인 문제"라며 "영화는 아동학대의 대물림을 말하고 있다"고 했다.
극 중 상아의 엄마는 술에 빠져 상아를 학대하고 이후 상아를 버린다. 이 부분에 대해 배우는 "편집이 된 부분이 있다"며 "상아가 나중에 엄마에 대한 감정이 변하는데, 엄마한테서 '이런 나라도 같이 갈래?'라는 얘기를 듣고 싶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은 역의 김시아는 한지민보다 먼저 캐스팅됐다. 600대 1을 뚫은 신예다. 한지민은 김시아를 두고 '천재', '대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첫 만남 때부터 시아는 묵직한 느낌이 들었어요. 아이 같지 않은 느낌이랄까요? 시아가 지은이의 감정으로 일기를 썼다고도 하더라고요. 시아는 영화 촬영 내내 힘들다고 투정 부리지도 않았어요. 제가 촬영할 때도 지은이로 서 있었죠. 아무것도 안 먹고 지은이로 사는 걸 보고 너무 신기했어요. 아이가 그런 연기를 했다는 게."
지난 2003년 SBS 드라마 '올인'에서 송혜교의 아역으로 데뷔한 한지민은 줄곧 예쁘고 단아한 이미지에 어울리는 멜로 여주인공으로 활약했다. '부활'(2005), '무적의 낙하산 요원'(2006), '경성스캔들'(2007), '이산'(2007), '카인과 아벨'(2009), '옥탑방 왕세자'(2012), '역린'(2014), '하이드 지킬, 나'(2015), '밀정'(2016), '아는 와이프'(2018) 등 다양한 작품에 나왔다.
데뷔 초 그는 연기가 내 길이 아닌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연기는 피하고 싶은 부분이었는데 '청연'을 하면서 연기의 재미를 느꼈고, 잘하고 싶기도 했어요. 이후 드라마를 꾸준히 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많은 걸 배웠죠. 그러다 너무 비슷한 캐릭터를 하는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조선명탐정: 각시투구의 꽃'을 만났죠. 서른 살 즈음이었는데 그때 또 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랐다는 그는 '밀정'을 하면서 성격이 달라졌다고 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인간관계도 넓어졌어요. 새로운 캐릭터를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한지민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자로 나섰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가는데 좋은 역할을 맡겨주셔서 감사하다"며 "영화 개봉과 맞물려서 더욱 뜻깊다"고 했다.
배우는 또 "'미쓰백'에서 내가 연기 도전을 한 것보다는 많은 관객이 아동학대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는 게 더 중요하다"며 "작품과 캐릭터만 나올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미쓰백'은 제가 맨 앞에 나선 영화라서 책임감이 컸어요. 자립심이 생겼다고 할까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었고, 시야도 넓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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