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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치유재단 해산에 '벼랑끝‘ 한일관계…'투트랙' 외교 손봐야


입력 2018.11.22 13:28 수정 2018.11.22 14:20        이배운 기자

한일관계 악화시 안보·경제 등 전방위적 악영향 불가피

“일본과 공존 도모, 한국 정부 직면한 엄연한 현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청와대, BBC

한일관계 악화시 안보·경제 등 전방위적 악영향 불가피
“일본과 공존 도모, 한국 정부 직면한 엄연한 현실”


한일관계가 독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 욱일기 게양 등 과거사 문제를 놓고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위안부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이 공식화되면서 헤어 나오기 어려운 수렁에 빠진 모양새다.

일본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이웃국가이자 협력 파트너라는 점에서 현 정부의 외교 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고 긴급히 관계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1일 화해·치유 재단 해산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같은 날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제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국가와 국가의 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며 강도 높은 불만의 뜻을 표출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한일 관계에서 과거사 문제와 미래 문제를 분리해서 접근한다는 ‘투트랙’ 전략을 천명해왔다. 경제·안보 등 다분야 협력은 공고히 이어나가되 역사왜곡 및 과거사 청산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에 일본은 ‘갈등 봉합 없이는 협력이 어렵다’며 투트랙 접근에 거부 의사를 잇따라 표출해왔다. 앞서 일본 정부는 위안부합의 문제를 통화스와프 협의와 연관 지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외무성은 외교청서에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국가”라는 표현을 삭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관계를 맺고있다. 일본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한국의 최대 교역국 중 하나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일본은 우리나라 수출 비중의 5%(5위), 수입 비중의 10.4%(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일관계 냉각은 무역 축소와 더불어 관광·투자·인적교류 등의 위축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 일본은 동북아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이자 지정학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안보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일의 굳건한 대북공조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안보통일연구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본토의 위협이 되는 북한 ICBM 폐기 목표를 달성하면 북핵협상 동기를 잃어버리고 북한의 부분 핵보유를 묵인할 수도 있다”며 “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한일이 굳건히 협력해 외교력을 발휘하고 비핵화 조치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외교에는 상대가 있는 만큼 일방적인 ‘투 트랙’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한다. 아울러 양국이 ‘지피지기(知彼知己)’와 ‘역지사지(易地思之)’ 정신을 발휘해야 한일관계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외교 분야 한 관계자는 “위안부문제 해결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일 관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더욱 신중한 접근이 이뤄졌어야 했다”며 “일본과의 관계 악화는 불가피해도 타 국가의 불신까지 초래할만한 결정을 내린 것은 실책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눈앞의 국내 불만여론에 매몰돼지 않고 보다 장기적으로 ‘국익’을 챙길 수 있는 균형 감각 있는 외교정책이 필요하다”며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부작용을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관계회복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한국에 대한 아베의 폄하 의식과 일본 국민의 혐오 감정은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확산됐고, 이에 한국으로서는 적반하장 이라고 분노하며 되받아 칠 수도 있다”며 “그렇지만 이런 일본과 공존을 도모해야 하는 게 한국 정부가 직면한 엄연한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역사 문제에서 격렬히 대립하고 갈등했지만, 한편으로는 협력하며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인권·평등·평화를 구가하는 나라를 만들었다”며 “이런 내력을 ‘적폐’가 아니라 ‘성취’라는 시각에서 제대로 이해하면 문제해결에 필요한 지혜를 얻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은미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는 새로운 한일관계 형성을 위한 정책적 고려 사항으로 ▲정상간 신뢰구축 및 셔틀외교 본격화 ▲다자협력에 기반한 논의로 새로운 출구모색 ▲한일 공통문제에 대한 공동 대처 노력 강화 ▲중장기적 갈등관리메커니즘 수립 고려 등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산재한 갈등요인과 국민감정에 좌우되기 쉬운 한일관계에서는 정상 및 고위급 차원의 정치적 리더십과 의지 발현을 통한 우호관계 형성과 정치·외교적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며 “아울러 양자 차원을 넘어 한일중, 한미일 등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소다자, 다자간 논의의 장을 만들고, 실질적 협력을 활성화하는 접근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과거사문제를 한일 양국 간 갈등사안을 넘어서 전시·여성·인권, 역사왜곡 차원의 인류보편적·전세계적 문제로 승화시켜 논의해 나가야한다"며 "한일 양국의 ‘전문성’과 ‘발신력’을 겸비한 오피니언리더를 중심으로 지적연계 및 지적네트 워크를 강화해 양국 지식인의 인식 격차를 줄이고, 상호 공동의 이해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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