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약하지 않았던 마크 헌트와의 뜨거운 안녕
2일 호주서 열린 'UFC 파이트나이트 142'에서 고별전
묵직한 주먹과 놀라운 맷집 만큼 잊히지 않을 불굴 의지
마크 헌트(44·뉴질랜드)가 UFC 고별전에서 눈물을 훔쳤다.
헌트는 2일(한국시각) 호주 애들레이드서 펼쳐진 ‘UFC 파이트 나이트 142’ 헤비급 매치에서 3연승을 달려온 ‘랭킹 15위’ 저스틴 윌리스(31·미국)에 판정패(28-29/28-29/28-29)했다.
“연패를 끊고 UFC 고별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싶다”는 헌트의 바람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고향과도 같은 호주에서 3연패를 당하며 UFC 커리어를 마치게 됐다. UFC 통산 전적 7승1무9패1무효.
잠정 챔피언 매치까지 치렀지만 어느새 랭킹 10위까지 떨어진 헌트의 UFC 마지막 승부였다. 미들킥과 로우킥으로 1라운드 주도권을 잡았던 헌트는 2라운드 들어 리치가 긴 윌리스의 빠른 잽과 긴 펀치에 고전했다.
밀리던 헌트도 반격을 노렸지만 윌리스의 킥까지 나오자 정확한 타격이 어려웠다. 윌리스 아웃 파이팅에 대처하지 못한 헌트는 무기력하게 패했다.
채점이 발표되며 판정패가 확정되자 헌트는 고개를 숙였다. 헌트는 패배 뒤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경기에 대해 팬들에게 미안하다. 마지막 경기까지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결코 약하지 않은 파이터로 기억될 헌트는 커리어 마지막 순간에도 뜨거운 눈물로 팬들을 적셨다.
그러나 UFC 팬들은 헌트에게 여전히 갈채를 보내고 있다.
2000년 입식 격투기로 데뷔해 돌주먹과 놀라운 맷집으로 K-1 월드그랑프리 우승까지 차지했던 헌트는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로 펀치 위주의 단순한 공격을 구사했다. 신장도 체급에서 가장 작은 편이었다.
‘계약 해지 압박’을 뚫고 2010년 MMA 무대인 UFC로 건너온 이후로는 혀를 내두르게 했던 맷집도 큰 힘을 쓰지 못했다. 그래플링, 서브미션이 들어올 때 속수무책 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트는 많은 나이에도 변화를 받아들였다. 늦은 나이에 레슬링에 눈을 뜬 헌트는 무기력하게 태클에 무너지지 않았다. 심지어 그라운드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점하면 파운딩까지 퍼부었다. 넘어지면 금세 스탠딩 전환하기에 급했던 때와는 사뭇 달랐다. 그러면서 ‘반쪽 파이터’의 오명까지 벗어던졌다.
이후 금지약물복용 파이터들(2013년 안토니오 실바, 2014년 잠정 타이틀매치 베우둠, 2016년 레스너)과의 대결에서 비운의 패배 또는 무승부에 그쳤다.‘약쟁이 파이터’들에게 당한 패배에 대해 헌트는 “정정당당한 경기를 원한다. 약쟁이들이 득세한다면 파이터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하겠냐”며 이름값 있는 ‘약물 파이터’들을 저격하고 팬들의 지지도 받았다.
하지만 눈에 띄게 떨어진 스피드와 매우 좁은 활동 반경 등으로 헌트는 경쟁력을 잃어갔다. 결국,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이제는 UFC를 떠난다.
하지만 입식에서 종합격투기로의 변화, 반쪽 파이터 오명을 벗어던지기 위해 몸부림쳤던 헌트의 불굴의 정신, 정정당당하게 붙고 싶었던 진짜 파이터 이미지는 묵직한 주먹과 놀라운 맷집만큼이나 팬들 머릿속에서는 잊히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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