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인데 다리 자르는 격"...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에 학계·여야 한목소리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입력 2026.02.26 17:02  수정 2026.02.26 17:09

26일 국회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토론회

학계·법조계 "과잉 규제·재산권 침해 소지 있어"

김상훈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례가 없는 규제"

민병덕 "합리적 장치인지 과도한 통제인지는 냉정하게 따져야"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점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황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가 과잉 규제이자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학계와 정치권에서 동시에 제기됐다. 거래소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이를 '지분 강제 분산'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선 반대 목소리가 크다.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디지털자산정책포럼 공동 주최로 열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점검 토론회'에서는 발제자로 나선 최승재 세종대학교 법학과 교수와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가 대주주 지분 제한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금융당국 등 일각에서는 가상자산거래소의 독과점을 막고 투명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대주주 지분율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고, 초과 지분에 대해 강제 매각을 명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통제 문제를 지배구조로 푸는 건 엇박자…과잉 규제"
최승재 세종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점검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황지현 기자

최 교수는 발제에서 대주주 지분 제한을 두고 "감기에 걸렸는데 다리를 잘라버리는 격"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최근 발생한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등을 언급하며 "문제의 본질은 내부통제인데 이를 지배구조 규제로 해결하겠다는 건 목적과 수단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대주주 지분 제한을 하면 그 문제가 해결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이 나와야 규제를 할 수 있다"며 "특정 행위가 문제라면 사후적 행위 규제로 충분한데, 사전적으로 진입을 막고 지분을 강제로 매각시키는 구조적 시정 조치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 교수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 지금 해야될 논의가 맞는지 의문이고 우선순위를 잘못 잡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여러 공감대가 이뤄진 다음에 진행해도 전혀 늦지 않은 규제"라고 꼬집었다.


"자본시장 규제 도입 맥락부터 달라…거래 구조도 완전히 다르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가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점검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발언하고 있다.ⓒ데일리안 황지현 기자

정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상 거래소 지분 제한 규제의 도입 배경을 짚으며 "가상자산 거래소에 동일한 규제를 그대로 이식하는 건 타당성이 약하다"고 밝혔다.


그는 "자본시장 거래소 지분 제한은 2004년 거래소 통합과 주식회사화 과정에서 회원(증권사 등) 중심 구조와 결합해 '사유화' 우려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설계된 것"이라며 "가상자산 거래소는 구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특히 거래 구조 차이를 근거로 들었다. 주식 시장은 개인이 거래소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증권사를 통해 거래하는 '회원제' 기반인 반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용자가 거래소에 직접 가입해 직접 거래한다는 점에서 "특정 회원이 지분을 독점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거래망을 운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분 제한이 필요했는데, 이같은 논리를 가상자산 거래소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한 "특정 거래소의 시장 지배력이 문제라 해도 지분을 분산한다고 독과점이 해소되는 건 아니다"라며 "독점은 유지된 채 주주 구성만 바뀌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규제 도입 시 투자 위축 가능성도 거론했다. 그는 "거래소 지분 제한이 강제 매각 형태로 논의된다면 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가피하고, 신산업 영역에 대한 외부 투자 유인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여야 의원도 "글로벌 전례 없는 규제…시장 신뢰 훼손 우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여야 의원들도 대주주 지분 제한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국민의힘 디지털자산 밸류업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상훈 의원은 환영사에서 "그동안 규제 일변도였던 정부가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게 이 시점에 맞는 이야기인가"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례가 없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자칫 잘못하면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가 곤두박질칠 수 있는 위험한 제안"이라며 "지금은 시장의 날개를 달아주는 정책과 입법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내부통제는 매우 중요하지만, 대주주 지분 제한이 신뢰 확보를 위한 합리적 장치인지 과도한 통제인지는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시장의 신뢰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이해상충 방지, 내부통제, 사고 발생 시 책임구조가 핵심"이라며 "지분 제한이 그 답인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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