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우리말이 전하는 감동…유해진X윤계상 '말모이'


입력 2018.12.05 09:33 수정 2018.12.05 09:42        부수정 기자

'택시운전사' 각본 엄유나 감독 연출

주시경이 최초 편찬한 우리말 사전

영화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일제강점기,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조선어 사전 편찬을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내용을 그린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택시운전사' 각본 엄유나 감독 연출
주시경이 최초 편찬한 우리말 사전


우리말을 소재로 한 영화가 새해 극장가 문을 두드린다.

영화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일제강점기,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조선어 사전 편찬을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내용을 그린다.

말모이는 실제로 국어학자 주시경(1876∼1914)과 그의 제자들이 1910년대 최초로 편찬한 우리말 사전이다. 출판은 못 했으나, 수기로 쓴 원고 일부가 남아있다. 또 영화 속에서 조선어학회가 사전을 만들기 위해 일제 감시를 피해 전국의 우리말을 모았던 비밀 작전의 이름이기도 하다.

영화는 1940년대,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이 극에 달했던 시대의 경성을 무대로 한다.

지난해 '택시운전사'를 내놓은 제작사 더 램프가 제작하고, '택시운전사' 시나리오를 쓴 엄유나 작가가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역사가 위인들의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작지만 큰 선택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엄 감독은 "우리말과 글이 금지됐던 때, 불가능할 것만 같던 우리말 사전을 완성하기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했던 많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며 느꼈던 감동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며 "험한 세상을 혼자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 영화가 작은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영화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일제강점기,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조선어 사전 편찬을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내용을 그린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3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말모이' 제작보고회에서 엄 감독은 "이름 없는 사람들이 함께 사전을 만든 이야기가 매력적이었다"며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만드는 모습이 동시대의 시의성에 적절하다고도 판단했다"고 밝혔다.

캐스팅에 대해선 "사람들이 빛나는 영화가 됐으면 했다"며 "김판수 역은 처음부터 유해진을 떠올렸다. 윤계상 씨는 끊임 없이 힘든 도전을 하는 모습이 캐릭터와 잘 어울렸다"고 말했다.

배우 유해진과 윤계상이 투톱으로 나섰다. 유해진과 윤계상은 용산참사를 모티프로 한 영화 '소수의견'(2013)에 동료 변호사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유해진은 감옥소를 밥 먹듯 드나들다 조선어학회 사환이 된 까막눈 김판수를 연기한다. 유해진은 "우리말을 지킨 사람들의 순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감동했다"며 "'까막눈' 판수가 말모이를 완성해가는 과정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어 "까막눈이 글을 깨우쳐가는 변화와 가장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이 있는 캐릭터"라며 "시대를 살았던 한 인물의 변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말모이'는 적당한 양념이 뿌려진 순두부 같은 영화"라고 했다.

윤계상과 호흡을 묻자 "'소수의견' 때 호흡했던 터라 편하게 연기했다"며 "윤계상은 '드립 커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윤계상은 "유해진 선배는 하나하나 꼼꼼하게 연기하는 선배"라며 "'소수의견' 때보다 100배 정도 더 감동적인 연기를 보여주셨다. 해진 선배는 모든 면에서 존경할 수 있는 선배다. 유해진이라는 사람 자체를 존경한다"고 화답했다.

영화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일제강점기,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조선어 사전 편찬을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내용을 그린다.ⓒ롯데엔터테인먼트

윤계상 연기할 류정환은 말을 모아 나라를 지키려는 조선어학회 대표로, 유력 친일파 인사의 아들이지만 아버지의 변절을 부끄러워하는 인물이다.

민족의 정신인 말을 지키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길이라 믿는 캐릭터다. 그는 일제에 맞서 주시경 선생이 남긴 원고를 기초로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말모이를 이어간다.

윤계상은 "이런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알리고 싶은 사명감이 생겼다"며 "신념이 강하면서도 꽉 막혀 있는 듯한 인물을 맡았다. 자기 의지로 결과물을 내놓고 싶은 사람인데 판수를 만나면서 부드러워진다. 이후 혼자의 힘이 아닌 여러 사람의 의지가 합쳐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촬영하면서 그 시대를 살았던 분들의 마음이 느껴졌다"며 "처음엔 연기하기 힘들었는데 진짜 인물에 다가가면서 캐릭터가 성장하듯, 나도 성장했다. 작품이 끝난 후 '연기는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고 강조했다.

우현은 조선어학회 회원 임동익 역을, 김태훈은 조선어학회 회원이자 협회 잡지 '한글' 기자 박훈 역을 각각 맡았다.

김선영은 강단 있는 조선어학회 회원 구자영을, 민진웅은 조선어학회 막내 회원 민우철을 연기한다.

2019년 1월 9일 개봉.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부수정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