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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의 정치공학] '되는 집안' 민주당의 자정 능력 놀랍다


입력 2020.07.26 07:00 수정 2020.07.26 06:59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안 되는 집안'은 문제될 요소 사전 필터링 안돼

2·27 전당대회에서 김순례 지도부 입성이 일례

민주당은 현역 재선 의원도 가차 없이 '컷오프'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지난해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때 5·18 관련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순례 의원이 지도부에 입성한 직후였다. 당시 재선이었던 한 의원은 사석에서 "'안 되는 집안'은 도둑을 맞으려니 개도 안 짖는다"며 "결국 당이 망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선출이 되자마자 징계 논란에 휩싸였다. 5·18이 다가와 정치적 압력이 가중되자 당원권 정지 3개월이 내려졌다. 당내 일각에서는 징계를 최고위원 당연 상실로 해석하려는 필사적인 움직임이 있었으나, 황교안 대표가 묵살하면서 3개월 뒤 지도부 복귀가 이뤄졌다.


선거가 멀 때는 눈치도 보지 않던 지도부였지만, 총선이 다가오자 김 최고위원의 존재가 부담이 됐다. 결국 공천에서 컷오프된 김 최고위원은 마지막으로 참석한 최고위에서 공천 상황을 향해 '총질'을 한 뒤, 자유공화당 입당 시도까지 하는 등 끝까지 당을 뒤흔들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2월 8일 최고위원 출마선언을 한 뒤, 바로 그날 당일에 공청회 축사에서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을 만들어냈다"며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역사적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보수우파 의원들이 게을렀다"는 문제 발언을 했다.


당권 경쟁이 시작되자마자 이런 문제 발언이 나왔으니, 건강한 대중정당이라면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당연히 걸러졌어야 정상이다. 지방순회 합동연설회가 처음 열린 대전에서는 김 의원을 따라붙으려는 방송사 카메라와 캠프 관계자가 엉겨붙어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그런데도 전당대회에서는 김 최고위원이 무난히 지도부에 입성하는 결과가 나왔다. 자정 능력이 상실된 '안 되는 집안'의 전형이다.


"안되는 집안 도둑 맞으려면 개도 안 짖는데…"
거듭된 '물의 발언' 이재정, 예비경선서 '필터링'
정무감각 뛰어난 선거인단의 자정 능력 발현


더불어민주당 8·29 전당대회에 입후보한 10명의 최고위원 후보들이 24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예비경선대회에서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민주당은 예비경선을 통해 2명을 컷오프 하고 8명의 최고위원 후보를 선출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되는 집안'은 달랐다. 8·29 전당대회를 앞둔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예비경선은 10명의 최고위원 입후보자 중에서 두 명을 컷오프 했는데, 컷오프된 두 명 중에 현역 재선 의원인 이재정 의원이 포함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충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건강한 대중정당으로서 자정 능력이 발현된 것이라고 보면 딱히 놀랄 일도 아니다.


이번에 최고위원 후보자로 나선 이 의원은 잊을만 하면 돌출하는 '물의 발언'으로 언론을 장식했다. 지난해말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조국 사태' 당시, 민주당이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장소를 국회본청에 마련한 것과 관련해 출입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르자, 이 의원은 돌연 "기자들이 반성하라"며 "이러니까 '기레기' 소리 듣는다"고 해 물의를 빚었다.


이 의원은 당시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경찰에 출석하는 날인데, 그것은 취재를 했느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당 대변인이었던 이 의원이 주요 언론사는 정당마다 전담 출입기자를 따로 둔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한국당 출입기자가 취재할 일이 있고, 민주당 출입기자가 취재할 일이 있는데 다 알면서 엉뚱한 말을 던진 것이다.


이 의원의 언론관이 물의를 빚은 것이 한 번 뿐인 것도 아니다. 지난해초 청와대 신년기자회견 당시 경기방송 기자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경제 상황과 정책에 대한 '자신감의 근거'를 질문해 화제가 되자, 이 의원은 민주당 공식 유튜브에 출연해 "귀한 기회를 허비했다"며 "'싸가지' 문제보다 실력 부족의 문제"라고 매도했다.


'조국 사태' 당시 이른바 '기레기' 발언 파문 때는 수석대변인이던 홍익표 의원이 대신 사과를 했다. 홍 의원은 "이유를 막론하고 (이 의원의) 표현이 부적절했다"며 "내가 대신 사과하겠다. 부적절한 표현을 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변인의 돌출 발언은 수석대변인이 대신 사과할 수 있겠지만, 당의 지도부인 최고위원이 그러한 물의를 빚으면 당대표의 사과로도 봉합이 쉽지 않다. 큰 선거 때까지 두고두고 당의 부담으로 남기 십상이다.


특히 이번 민주당 8·29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최고위원들의 역할은 막중하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의 임기가 분리됐기 때문에 최고위원들은 당대표의 진퇴와 관계없이 2년 임기를 보장받는다. 내년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후년에 치러질 3월 9일 대통령 선거까지도 임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제든 물의를 빚거나 논란을 촉발할 수 있는 후보를 예비경선 선거인단이 알아서 걸렀다는 점은 평가할만하다. 예비경선 선거인단이 일반 당원이나 국민이 아니라, 정무감각이 뛰어난 국회의원·지역위원장·광역기초단체장·광역의회 의장 등으로 구성된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탁월한 자정 능력을 보여준 셈이다.


이런 것이 '안 되는 집안'과 '되는 집안'의 차이다. '안 되는 집안'은 도둑을 맞으려면 개도 짖지 않는다. '되는 집안'은 문제가 될 요소를 사전에 '필터링' 한다. 이번 최고위원 예비경선 컷오프 결과는 민주당이 어떻게 전국단위 선거를 연전연승하고 있는지 그 일면을 보여줬다는 생각이 든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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