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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가격경쟁 포문'…해상보험 출혈경쟁 조짐


입력 2019.01.28 06:00 수정 2019.01.28 09:57        부광우 기자

1년 만에 보유 계약 세 배 이상 급증

보험료 내린 효과 봤지만…부담↑ 수익↓

1년 만에 보유 계약 세 배 이상 급증
보험료 내린 효과 봤지만…부담↑ 수익↓


삼성화재의 해상보험 보유 계약 건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삼성화재의 해상보험 가입자 수가 최근 1년 동안에만 세 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가 가격 경쟁의 포문을 열어 젖히면서 해상보험 시장을 휩쓸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삼성화재가 짊어져야 할 보험금 지급 부담은 크게 늘게 된 반면, 정작 수익은 예전만 못해지면서 자칫 국내 손해보험업계 전체를 출혈경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손보사들이 보유한 해상보험 계약 건수는 총 50만3583건으로 전년 동기(38만4178건) 대비 31.1%(11만9405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상보험은 항해 도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에 따른 선박과 화물 등의 손해를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손보사별로 보면 삼성화재의 약진이 가장 눈에 띄었다. 삼성화재의 해상보험 보유 계약은 18만331건으로 같은 기간(4만8778건) 대비 269.7%(13만1553건) 급증했다. 기존에 확보하고 있던 고객의 두 배가 넘는 가입자를 1년 만에 새로 확보한 셈이다.

아울러 이 같은 삼성화재의 해상보험 계약 확대 폭은 손보업계 전체의 증가량을 뛰어넘는다. 즉, 삼성화재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고객을 새로 유치하면서 경쟁사들의 가입자들까지 끌어들였다는 얘기다. 실제로 삼성화재를 제외한 나머지 손보사들의 해상보험 계약 건수는 33만5400건에서 32만3252건으로 오히려 3.6%(1만2148건) 줄었다.

삼성화재가 해상보험에서의 영역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보험료 인하에 따른 효과로 풀이된다. 삼성화재 측은 해당 기간 해상보험의 요율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보험요율은 보험 계약 체결 시 보험료를 결정하는 비율로, 이를 내렸다는 말은 곧 보험료가 싸진다는 의미다.

이처럼 삼성화재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해상보험 사업의 파이를 크게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자연스레 그에 따른 짐도 무거워지게 됐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9월 말 해상보험 가입금액은 151조4675억원으로 1년 전(73조6790억원)보다 105.6%(77조7885억원)나 늘었다. 보험 가입금액은 가입자에게 사고가 났을 때 보상하기로 약속한 최대 액수를 가리킨다. 결국 영업 확대 과정에서 해상보험에 대한 삼성화재의 잠재적 보험금 부담도 두 배 넘게 커졌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런 공격적인 행보에도 삼성화재의 해상보험 수익은 도리어 줄었다는 점이다. 그 만큼 삼성화재가 보험료를 많이 내렸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화재가 지난해 1~3분기 해상보험에서 거둔 원수보험료는 750억원으로 전년 동기(1087억원) 대비 30.9%(337억원) 감소했다.

이를 두고 손보업계에 일각에서는 과열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새 나온다. 경쟁 손보사 입장에서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가격 인하에 동참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이른바 해상보험 시장의 저가수주 흐름이 짙어질 수 있다는 볼멘소리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국내 손보사들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삼성화재의 경우 다소 간 불이익을 감내하면서라도 가격 인하를 통해 가입자를 끌어 모을 수 있겠지만, 경쟁사들로서는 이에 동참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그렇다고 낮아지는 시장 점유율을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인 만큼, 점차 해상보험 시장이 출혈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재보험사 등 외부 기관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고 보험요율을 스스로 산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부합하는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해상보험의 가격을 재조정했다"며 "추후 손해율 등을 지켜볼 필요는 있겠지만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보험요율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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