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형평성인가, 세금 폭탄인가…공시가 시장 잡음 불가피
올해 공시가격 인상폭 평년 대비 2배…“단계적 가격조정 필요해”
올해 공시가격 인상폭 평년 대비 2배…“단계적 가격조정 필요해”
전국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치솟으면서 올해는 부동산 보유세가 평년과 비교해 인상폭이 2배까지 뛰는 등 이른바 ‘세금폭탄’이 현실화됐다. 이에 순수하게 주거 목적으로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불만이 벌써부터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등수준의 공시가격 발표로 인한 시장 혼선과 논쟁, 민원 등의 잡음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오르기 시작한 표준주택 공시가격은 최근 3년간 매해 4~5%씩(2016년 4.15%, 2017년 4.75%, 2018년 5.51%)으로 비교적 오름폭이 일정했다.
하지만 전날 정부가 발표한 올해 표준주택 공시가격 인상률은 9.13%로 최근 인상폭의 두 배나 된다. 게다가 공시가격 변동률은 시세 변동률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2018년 단독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을 살펴본 결과, 전국은 3.73%, 서울은 6.59% 상승한 반면, 이들 지역의 2019년 표준주택 공사가격은 두 배 수준인 전국 9.13%, 서울 17.75%로 이를 넘어서는 인상률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대구(9.18%)와 광주(8.71%), 세종(7.62%) 등의 순으로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전국 평균보다 크게 상승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공시가격 인상으로 조세부담이 보다 커지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실정”이라며 “가진 만큼 세금을 내게 한다는 조세원칙과 단독주택의 공시가격도 지역이나 가격대, 주택 유형 간의 형평에 맞춰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이견은 없으나, 단독주택의 실거래 사례가 적어 기민한 시세파악이 쉽지 않고 개별성이 크다는 면은 고려돼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주택가격 비준표를 활용해 산정하는 나머지 개별주택 공시가격 전반의 인상도 불가피해졌다”면서 “과세주체들이 감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가격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시가격 인상으로 과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던 15억원 이상 고가부동산이나 중대형 면적의 공시가격 실거래가 반영률이 크게 확대된다.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인 삼성·논현·방배·한남·이태원·성북동 등지의 고급 단독주택이나, 경기도 판교·위례·광교·과천시 일대 단독주택들도 부동산관련 세금부담이 보다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조세 형평성인지, 조세 폭탄인지에 대한 논란은 이미 수면위로 올라왔다. 지난 10일 서울시 일부 지자체(강남·서초·마포·성동·동작·종로구 등 6개 구청장)는 표준주택 공시 예정가격의 조정을 국토교통부에 요청한 상태다. 경실련은 이에 반박해 지자체에 공시가격 개선의지가 없냐는 공개질의에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지역주민의 세 부담 급증 문제와 단독주택의 시세 대비 낮은 공시가격 현실화의 과세형평 문제의 충돌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관련 인터넷 까페에도 이날 공시지가 인상에 따른 보유세 인상과 관련해 “집값 오른 게 내 탓인가”, “서민 중산층은 내 집 가진 죗값으로 한 달 소득 이상의 보유세를 내놓아야할 판”이라는 등 하소연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이번 공시가격 인상을 조세 형평성 차원이라고 내세웠지만, 일시적일 뿐 장기적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며 “정부 곳간 채우는 세수 확보에는 일조할 수 있으나, 심각한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보다 복합적인 부분에서 충분히 고민해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정부의 정책은 특정 계층과 지역을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중장기 나라 경제를 튼튼히 할 수 있는 틀에서 부동산시장을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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