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이 수렁에 빠질 수 있어 전당대회 출마 고민
대한민국 위기에 방송만 하고 있긴 좀 그렇다"
"당이 수렁에 빠질 수 있어 전당대회 출마 고민
대한민국 위기에 방송만 하고 있긴 좀 그렇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보수우파의 성지'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당권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홍 전 대표는 25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전당대회를 건너뛰고) 2022년 봄 (대선에) 나가는 게 좋다는 생각을 쭉 하고 있었다"면서도 "(내가 당대표를 하지 않으면) 당이 수렁과 무기력에 빠질 수 있어서 출마 여부에 고민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의 입장에서 보면 김태우·신재민·서영교·손갑순(손혜원 의원의 개명전 이름) 사건은 판을 뒤엎을 수 있는 사건"이라면서도 "당에 대여투쟁을 할 사람이 없어, 아무런 역량도 보여주지 못하고 야당이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돼버렸다"고 했다.
오는 30일 출판기념회 전까지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좀 더 고민하겠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날 홍 전 대표의 발언이 당권 도전을 시사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금 당권주자 중에서는 대여투쟁을 할만한 인물이 없어서 누가 당대표가 돼도 당이 수렁에 빠지기 때문에, 결국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방향으로 논리적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아직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고민하는 이유를 "2022년 봄이 인생의 마지막 승부가 될텐데, (당대표로) 나서면 대여투쟁의 선봉장에 설 수밖에 없어 또 '싸움꾼' 이미지를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며 "2022년이 전쟁이고 그 앞까지는 전부 전투에 불과한데, (싸움꾼 이미지가 고착되면)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는 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당대표는 자극적이지 않은 말을 해도 끊임없이 여론의 주목을 받으며 기사화가 되지만, 장외(場外)에 머물면 점점 자극적인 말로 강도를 높여가야 언론의 시선을 끌 수 있다"며 "오히려 장외에 머무는 게 '막말' '싸움꾼'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날 홍 전 대표가 당권 도전을 확정적으로 천명하지 않은 것은 30일 출판기념회의 '김'이 빠질까봐 그랬을 뿐, 사실상 기자간담회에서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홍 전 대표는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는 말만 하지 않았을 뿐, 이날 서문시장 방문에 당권 도전에 버금가는 의미를 스스로 부여했다.
홍 전 대표는 "대한민국의 위기에서 내가 물러서서 방송만 하고 있기에는 좀 그렇지 않느냐 싶어 서문시장에 와서 기를 받아가야겠다"며 "오늘 여기 찾아온 것은 고향분들께 '홍준표가 돌아왔다'는 신고를 처음 대구에서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자신을 둘러싼 여론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는 듯한 모습도 보여줬다. 홍 전 대표는 "네이버 댓글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 기사는 80~90%가 욕을 하는 반면, 내가 말하면 작게는 64~65%, 크게는 95%까지 '홍준표 말이 맞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홍 전 대표를 만난 것으로 알려진 한국당 3선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홍준표 전 대표는 대권 도전 선언도 대구 서문시장에서 하지 않았느냐"며 "오늘 서문시장 방문도 당권 도전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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