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 스카이캐슬 빨대는 권장할 일
<하재근의 이슈분석> 사회에 큰 영향 미쳤다면 자사 프로그램 아니라도 조명하는 것이 당연
<하재근의 이슈분석> 사회에 큰 영향 미쳤다면 자사 프로그램 아니라도 조명하는 것이 당연
이상한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KBS ‘해피투게더’가 JTBC 'SKY 캐슬' 출연진을 섭외해 2주에 걸쳐 'SKY 캐슬' 특집을 방영했는데, 이를 두고 ‘해피투게더’가 'SKY 캐슬'에 빨대를 꽂았다’고 하는 프레임이 형성됐다.
그러면서 ‘해피투게더’가 매우 파렴치한 일을 저지른 것처럼 비난이 쏟아진다. KBS 프로그램이 남의 방송사 드라마 소재를 가져다 쓴 것 자체가 얌체 같은 짓이고, KBS의 자존심도 구겨졌다는 것이다.
종편 드라마 출연진을 ‘모셔서’ 그 드라마 관련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이 KBS 입장에서 자존심이 구겨지는 일인 건 맞지만, 사회적으로 비난할 일은 아니다. 반대로 오히려 환영할 사안이다.
우리 방송사의 문제는 지나친 자사 이기주의, 과도하게 폐쇄적인 태도였다. 토크쇼, 연예정보프로그램, 다큐, 뉴스, 라디오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자사 콘텐츠 홍보에만 몰두해왔다. 자사 드라마 출연진을 토크쇼에 섭외하고, 연예정보프로그램에서 띄우고, 시사나 라디오에서까지 소개했던 것이다.
연예정보프로그램의 경우는 한국 대중문화계 이슈를 아울러야 하는데, 각 방송사들이 자사와 인연이 있는 스타나 프로그램만 다루기 때문에 언제나 문제가 있었다. 타사 드라마에서 비롯된 이슈는 아예 언급을 안 한든지, 언급하더라도 자사 드라마 이야기를 억지로 끼워 넣어 정보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렸다.
라디오에서도 한창 이슈가 되는 타사 작품을 소개하려고 하면 당장 ‘남의 걸 우리가 왜 해?’라는 질책이 내려오거나, ‘우리 걸 추가해서 진행하라’는 요구가 내려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토크쇼는 대표적인 자사 홍보프로그램의 역할이었다.
그렇게까지 자사 이기주의를 고수하며 철저히 방송사 자존심에 목을 맸던 관행에 비추어 보면 KBS ‘해피투게더’가 JTBC 'SKY 캐슬'을 조명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케이블, 종편 계열의 위상 상승에 무릎 꿇은 것처럼 비치기도 하고, 'SKY 캐슬'이 너무나 히트한 결과 지상파 방송사의 자존심마저 무너뜨린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어쨌든 방송사가 자기들만의 폐쇄적인 틀을 뛰어넘어 우리 사회의 대중문화 이슈 전체를 아우른다면 환영할 일이다. 개별 방송사의 사적인 틀보다 공공적 성격이 더 강화되는 것이다. 다만 'SKY 캐슬' 종영 전에 드라마내용에 대한 대화가 미리 방송된 것은 문제였는데, 이는 축구 중계로 드라마 일정이 연기된 일 때문에 벌어진 사고였다.
심지어 일반 시사 이슈에서도 방송사들은 타 방송사의 특종으로 형성된 이슈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럴수록 방송사가 사적 이익에만 집중한다는 인상이 커지고 공적 신뢰도가 하락한다.
그러므로, 'SKY 캐슬'을 조명한 ‘해피투게더’를 ‘왜 다른 방송사 콘텐츠를 다루냐’면서 파렴치하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다른 프로그램들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타 방송사 콘텐츠를 다루도록 유도해야 한다.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 자사 프로그램이 아니라도 조명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야 방송프로그램이 개별 방송사의 사적인 세계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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