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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그날의 함성을 기억하라…'항거: 유관순 이야기'


입력 2019.02.17 08:54 수정 2019.02.17 09:21        부수정 기자

배우 고아성, 유관순 역 맡아

영화 '10억' 조민호 감독 연출

배우 고아성 주연의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1919년 3.1 만세운동 이후 서대문 감옥 8호실 속 유관순과 여성들의 1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리뷰
배우 고아성, 유관순 역 맡아


올해는 삼일절 100주년이다. 3·1운동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등 독립운동이 체계화되는 기틀이 됐다. 삼일절은 단순한 공휴일을 넘어 순국선열을 기리는 뜻깊은 공휴일이다.

매년 삼일절에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유관순 열사다. 그는 1919년 4월 1일 충남 천안 병천의 아우내장터 만세시위를 주도하고 서대문형무소에서 숨졌다.

유관순은 열일곱이라는 나이에 고문과 핍박을 견디면서도 끝까지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유관순이라는 이름 석자는 식민지 민족의 한과 저항의 상징이다.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유관순 열사의 일대기가 아닌 유관순과 서대문형무소 안 8호실에서 함께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게 미덕이다.

우리에게 3·1운동은 교과를 통해 접했던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이후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살이를 시작한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의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조민호 감독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방문했다가 유관순의 사진을 접하게 된다. 이후 역사관 내부에서 여옥사 8호실을 방문한 감독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죽음을 무릅쓰고 만세를 외친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배우 고아성 주연의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1919년 3.1 만세운동 이후 서대문 감옥 8호실 속 유관순과 여성들의 1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롯데엔터테인먼트

당시 8호실 감옥에는 유관순 외에 수원에서 30여 명의 기생을 데리고 시위를 주도했던 기생 김향화, 다방 직원이었던 이옥이, 유관순의 이화학당 선배 권애라, 시장통에서 장사를 하다 아들을 잃고 만세운동을 시작한 만석모, 아이를 가진 수감인 임명애 등 다양한 인물들이 존재했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감독은 흑백 클로즈업을 사용해 인물들의 눈빛과 몸짓을 표현했다.

사계절을 한 벌의 옷으로 버텨내고, 누워서 잠도 못 자는 좁은 공간에서 발이 붓지 않기 위해 원을 그리며 걸어야만 했던 독립운동가들. 자기만의 방식으로 신념을 지켜내는 이들을 보노라면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차오른다.

영화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끝끝내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유관순 열사를 통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관객들은 "내가 유관순이라면 과연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용기와 신념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조 감독은 "유관순을 의지가 강하고 신념이 뚜렷한 여성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서대문 형무소에 갔다가 유관순의 얼굴을 보게 됐다"면서 "지금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슬프지만 강렬한 눈빛을 느꼈고 17살 소녀의 눈빛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궁금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이 소녀의 정신을 알고 싶었고, 그녀를 사랑하고 싶었다"며 "그 시대 사람들의 고뇌와 삶에 대한 태도를 담고 싶었고, 우리 조상들이 어떤 마음과 태도로 세상을 살아왔는지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우 고아성 주연의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1919년 3.1 만세운동 이후 서대문 감옥 8호실 속 유관순과 여성들의 1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롯데엔터테인먼트

감독은 또 "유관순 열사가 감옥에서 지낸 삶은 구체적으로 드러난 사례가 꽤 있다"며 "스물 다섯명의 여성들이 모였던 8호실 감옥에서의 삶은 유관순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을 거라 판단했다.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 감옥에서 만세를 주동한 마음을 보여준다면 울림이 더 컸을 거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고아성이 유관순 역을 맡아 어려운 연기를, 온몸으로 보여줬다. 실존 인물, 특히 유관순을 연기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법하다. 고아성은 버틸 수 없는 고문을 받고서도 신념을 잃지 않는 유관순을 매끄럽게 연기했다.

그는 실제로 열흘이나 금식을 하며 유관순이 느꼈던 고통을 표현했다.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 피어난 기개가 스크린에 담겼다.

고아성은 "예상했던 일대기가 아닌, 유관순 열사가 감옥에서 살았던 1년이 신선하게 느껴졌다"며 "처음에는 겁을 먹었는데, 감독님을 만난 후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기자 간담회 당시 "멀리 있는 유관순 열사에게 다가가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다"며 "죄책감이 들 정도였다"고 눈물을 쏟기도 했다. 마지막 촬영 때 눈물을 펑펑 흘렸다는 그는 "뭉클했던 순간이 많아서 그랬다"면서 "유관순을 '그녀의 죽음'보다는 '삶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2월 27일 개봉. 105분. 12세 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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