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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사제' 풍자의 미학 "웃다가 묵직했다가"


입력 2019.03.14 09:01 수정 2019.03.14 09:03        이한철 기자
'열혈사제'가 현실을 꼬집는 풍자로 호평을 받고 있다. ⓒ SBS

SBS 금토 드라마 '열혈사제'가 웃음 속에 우리의 현실을 담고 있다.

코믹을 빵빵 터뜨릴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적으로 그려내며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사회 깊숙이 자리 잡은 권력의 비리를 꼬집고, 이에 맞서 분노를 터뜨리는 '열혈사제' 김해일(김남길 분)의 모습이 공감과 대리만족을 선사하고 있다.

'열혈사제'의 배경 '구담구'는 겉으로는 '살기 좋은 도시, 범죄 없는 도시'를 내세우지만, 속은 썩을 대로 썩은 '죄악의 도시'다. 구청, 경찰, 국회의원, 조폭이 결탁해 '카르텔'을 형성하고, 그들은 온갖 비리와 범죄를 저지른다. 서로 모르는 척 눈 감아 주기 일쑤이고, 도시 전체에 부정부패가 만연하다.

'열혈사제'는 이러한 '구담구 카르텔'의 모습을 웃음과 풍자로 묘사하며 시청자들의 답답했던 속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극 중 한 편이 된 구청장과 조폭의 관계를 '관폭유착'이라고 비웃어주고, 대대로 친일파 집안인 경찰서장을 '토착왜구'라며 비난하며, 단식투쟁을 벌이는 비리 국회의원에게 '간헐적 단식'이라며 돌직구를 날린다. 이들을 "올 라운드 쓰레기"라고 말하며 혀를 차는 김해일의 모습은 블랙 코미디의 백미이다.

김해일의 눈으로 본 '구담구'의 모습은 우리의 분노를 끓어오르게 한다. 구청은 위생 상태가 불량한 급식 업체를 눈감아주고, 오히려 '원칙대로 했을 뿐'이라며 뻔뻔하게 나온다. 알고 보니 구청과 불량급식 업체는 뇌물을 주고 받는 사이. 김해일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말하며, 줄줄이 엮여 있는 '구담구 카르텔'을 뒤흔들기 위해 직접 나선다.

'열혈사제'는 부담 없이 웃게 만들다가, 갑자기 현실의 폐부를 찌르는 풍자를 던져 안방극장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온갖 악행들로 구담구를 주름잡는 '카르텔' 악당들의 모습을 악랄하지만 우스꽝스럽게 그려내는 것은 핵심 사이다 요소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분노를 대신 터뜨려주는 김해일의 시원한 대사와 액션들은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주는 핵펀치다.

단순히 웃기기만 한 드라마가 아닌, 우리 사회 부조리를 웃음 속에 절묘하게 담아내는 '열혈사제'.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 미쳤다", "악당들이 판치는 도시 구담구가 어쩐지 낯설지 않다", "현실에서도 '열혈사제'가 필요하다" 등의 뜨거운 반응을 쏟아내며, '열혈사제'를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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