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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O 문재인정부 2년] ‘전경련 패싱’ 경제단체와 소통단절..."관계개선 의사 없다"


입력 2019.05.04 06:00 수정 2019.05.04 06:16        이호연 기자

해외순방·靑 행사 등서 배제… '전경련 패싱'이란 말까지 나와

재계, 찍히면 미운털 박힐라 '냉가슴'…경제단체 고유 역할 필요

해외순방·靑 행사 등서 배제… '전경련 패싱'이란 말까지 나와
재계, 찍히면 미운털 박힐라 '냉가슴'…경제단체 고유 역할 필요


허창수 전경련 회장(왼쪽 두번째), 필리프 벨기에 국왕(왼쪽 세번째), 버나드 질리오 벨기에경제인연합회(FEB) 회장(맨 왼쪽)이 지난 3월 27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벨기에 비즈니스포럼'에 함께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경련의 필요성 느끼지 못하겠다.”
“기조 변화? 저희가 할 일 묵묵히 할 뿐.”

국정농단 사태 이후 문재인 정부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패싱(배제)’은 현재진행형이다.

재계에선 전경련 패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제계 현안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던 전경련이 정부로부터 외면당하는 동안 기업들의 정부 눈치보기는 더욱 심해진데다 활동 폭마저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 靑 ‘싸늘한 시선’...입 닫은 경영계
재계를 대변해온 전경련은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부터 적폐취급을 받아왔다. 최순실 사태 관련 미르-K스포츠 재단 기금 출연을 주도했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 청와대 신년회, 청와대와 기업인 간담회 등 각종 행사에서 배척됐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필립 벨기에 국왕 환영만찬에 초대받으면서 정부와의 관계 회복에 기대감을 높였다. 문 정부 출범 이후 전경련이 청와대 공식 행사에 초청받은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하루만에 전경련과의 관계에 선을 그으며 소통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행사가 끝난 후 전경련 패싱 해소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업과의 관계에 있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경영자총협회(경총)과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며 “특별히 전경련을 기업 소통 채널로 이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못박았다.

청와대가 전경련과의 타협은 없다는 기존 방침을 다시 한 번 공식화한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기조는 전경련이 처음이 아니다.

전경련과 더불어 경영계의 입장을 주로 대변해 온 경총도 수난을 겪었다. 비정규직 정책 등 기업들이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소신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경총은 정책 협의 과정에서 배제되는 등 문 정부로부터 소외를 받아왔다.

손경식 CJ회장이 경총 회장으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정부와 각을 세우던 김영배 전 경총 부회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자택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정권 ‘코드인사’라는 잡음이 나왔던 송영중 상임 부회장은 취임 3개월만에 손 회장과 마찰을 빚으며 해임됐다. 경총은 이후 자체적으로 조직쇄신안을 꺼내들었으나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한 분위기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가 열린 2016년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시민단체들이 전경련을 해체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경제 살리기 더 중요...힘 보태야”
재계는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경련은 대한상의,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경총과 더불어 경제5단체로 불리며 재계의 맏형 역할을 해왔다. 특히 국제 경제 교류, 지배구조 현안 등에서는 전경련을 따라올 단체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전경련은 지난해 2월 미국에 대표단을 파견해 통상마찰 문제를 논의했고, 경제협력위원회를 통해 해외 주요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경제사절단을 꾸려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비즈니스(B20)서밋에도 참가한 바 있다.

글로벌 경제 환경이 갈수록 녹록지 않고, 주요 상장기업 대부분의 실적이 급감한 국내 경제 상황에서 전경련의 민간 외교단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재계 단체 관계자는 “전경련의 고유 역할이 분명 있다”며“다만 정부의 의도적 외면보다도 과거 정권의 관행으로 전경련 역시 기능이 위축된 부분이 있고, 회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기업인은 “청와대 뿐만 아니라 주요 정책을 수행하는 공무원의 기업에 대한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 창출을 하는 것은 결국 기업인데, 아직도 적폐집단이나 규제할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변화의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위상이 크게 추락했고, 4대 그룹(삼성, 현대자동차, SK, LG)이 줄줄이 탈퇴하면서 건물 입주사들도 빠져나가는 등 재정난에도 허덕이는 중이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3대 혁신안을 발표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전경련 측은 “기조변화는 모르겠다”면서도 “국가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씽크탱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민간 경제 외교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 살리기가 최우선”이라며 “정부는 흑묘든 백묘든 상관없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때”라고 일침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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