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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할인…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적자’ 한전이 진다


입력 2019.06.19 11:30 수정 2019.06.19 12:40        조재학 기자

정부, 누진제 개편안 확정…매년 2536억~2874억원 비용 발생

한전 이사회 전기요금 인하 의결에 따른 배임여부 로펌 의뢰

정부, 누진제 개편안 확정…매년 2536억~2874억원 비용 발생
한전 이사회 전기요금 인하 의결에 따른 배임여부 로펌 의뢰

한국전력 본사 전경.ⓒ한국전력 한국전력 본사 전경.ⓒ한국전력

정부는 현행 전기요금 누진제의 틀을 유지하되 여름철(7~8월)에만 한시적으로 누진구간을 확대하는 누진제 개편안을 확정했다.

지난해 폭염 때 긴급 적용했던 방식으로, 전국 1629만 가구가 월평균 1만원 수준의 할인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인 비용보전 방안이 없어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이 해마다 3000억원 가까운 손실을 떠안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민‧관 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에서 여름철에만 누진구간을 확대하는 전기요금 개편안을 최종 권고했다고 발표했다.

현행 누진제는 1구간(200kWh 이하)에 1kWh당 93.3원, 2구간(201∼400kWh)에 187.9원, 3구간(400kWh 초과)에 280.6원을 부과한다.

이번 개편으로 누진제 1구간 상한을 200kWh에서 300kWh로 올리고, 2구간은 301∼450kWh, 3구간은 450kWh 초과로 조정된다. TF에 따르면 할인 혜택을 받는 가구 수는 1629만 가구(2018년 사용량 기준)로, 할인액은 월 1만142원이다. 요금이 오르는 가구는 없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주최한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전문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주최한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전문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적자’ 한전, 전기료 인하 비용까지 떠안을 판
정부는 한전이 우선 전기요금 인하 비용을 부담하되 추후 예산 지원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한전이 부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에도 한전은 여름철 누진제 완화로 약 3600억원의 추가 비용을 떠안았다. 정부는 350억원을 보전하는 데 그쳤다.

특히 정부는 공기업인 한전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박찬기 산업부 전력시장과장은 “누진제 개편안에 따른 소요재원은 한전이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으로 고려해 부담해야 한다”며 “정부도 소요재원의 일부를 지원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규모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전의 경영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하에 따른 추가적인 재무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한전은 지난해 208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올 1분기에도 629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번 개편으로 매년 2536억~2874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요금 인하에 따른 비용보전 방안이 없어 한전의 재무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도 3차 에너기본계획에서 ‘전기요금 합리화’라는 표현을 쓰며 인상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당장 내년 총선을 의식해 전기요금 인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 주최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에 참석한 한전 소액주주가 개편안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조재학 기자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 주최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에 참석한 한전 소액주주가 개편안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조재학 기자

◆한전, 전기료 인하 의결 따른 배임 여부 로펌에 의뢰
한전은 전기요금 인하안을 이사회가 의결할 경우 배임에 해당하는지를 로펌에 의뢰했다. 전기요금을 조정하려면 한전이 최종 권고안을 토대로 전기요금 공급약관 개정안을 마련하고 이사회 의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전이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하계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제도 관련 법률 질의’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보다 경영상태가 악화됐고, 정부의 지원약속도 없는 현 시점에서 이사회가 여름철 전기요금 할인을 의결할 경우 배임행위에 해당하는 지를 로펌에 의뢰했다”고 말했다.

또 한전은 이사들이 주주대표소송으로 인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경우 임원배상보험의 적용 가능 여부 및 적용수준 등도 질의했다.

실제로 한전 소액주주들은 한전 경영진을 직무유기 등으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장병천 한전 소액주주행동 대표는 “정부가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게 한전을 억압해 경영진이 적자를 회수하고자 하는 노력을 행사하지 못했다”며 “한전 경영진을 상대로 배임으로 민형사상 소송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학 기자 (2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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