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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국내서 인터넷은행 진출 않는 속내는


입력 2019.09.14 06:00 수정 2019.09.14 00:02        박유진 기자

홍콩·대만·일본 인터넷은행 도전한다는 네이버

국내선 'NO'…과도 규제·본업 챙기러 해외로?

홍콩·대만·일본 인터넷은행 도전한다는 네이버
국내선 'NO'…과도 규제·본업 챙기러 해외로?



해외 각국서 진행되는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도전하는 네이버의 행보를 놓고 금융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은 규제 탓이라는 게 공통적인 주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내와 해외의 은행업 환경이 다른 데서 나오는 차이가 결정적일 것이라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14일 IT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자회사인 '라인(LINE) 파이낸셜 주식회사'를 통해 해외 각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가 제3 인터넷은행의 설립을 추진해 온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대만과 홍콩, 일본 등에서 글로벌 대형 은행 등과 손잡고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네이버는 오는 11월 네이버페이를 별도 법인으로 신설하고 금융업 신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은 상태다. 그러나 국내 인터넷은행 진출에 관심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행보에 금융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우선 전문가들은 국내 인터넷은행 운영의 가장 큰 문제로 규제, 즉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꼽았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해외는 금산분리가 없어 모기업과 인터넷은행이 협업이 돼 영업하는 사례가 많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수월한 편"이라며 "국내는 산업과 금융업을 엄격히 분리해서 보려는 금산분리 대원칙이 존재하기 때문에 규제가 풀린 상태에서도 여전히 심사가 과도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을 소유하려면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전력이 없어야 하고 지분 보유 한도도 34%로 제한된다. 문제는 국내 대형 ICT 기업의 상당수가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 인해 관련 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어렵게 규제를 뚫고 들어와도 지속되는 규제도 부담이다. 한번 금융사로 인정받으면 그 뒤로는 상품을 출시하거나 신사업에 진출할 때도 매번 당국으로부터 심사를 받는다.

이러한 조건이 달린 이유는 전통적으로 은행을 국책 사업이자 신뢰사업으로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사가 대기업의 사금고화가 됨에 따라 벌어진 대규모 소비자 피해 사태 등의 교훈도 있어 은행업 규제가 한층 까다로운 점도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비금융주력자도 인터넷은행에 한해 대주주가 될 수 있는 특례법이라는 게 생겼지만 실질적으론 전통 은행업 라이선스와 흡사한 점이 있다"며 "고객의 돈을 수취하는 예금이 주 업무인 은행의 특성상 건전성 유지 차원에서 이러한 규제는 필수인데, 홍콩이나 영국의 챌린저뱅크 등에 비해 유연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내와 달리 해외의 인터넷은행 진출 요건은 자유로운 편이다. 해외의 경우 100%까지 지분을 가질 수 있고 국내처럼 엄격하게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 인터넷은행 설립 때 최저자본금 규정이 없고, 연방 차원의 인가와 개별 주(州) 차원에 인가를 택할 수 있다. 사업 모델에서도 인가 종류가 다양해 저축은행 형태로도 설립될 수 있다.

인터넷은행을 가상은행으로 정의하는 홍콩도 상황은 비슷하다. 홍콩금융관리국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에 진출할 수 있는 곳은 은행과 금융사, 비금융사, 기술회사다. 라이선스 형태는 소매금융, 최저자본금은 3억 홍콩 달러(한화 약 457억원)이다. 은행 영업 때 지점 설치 없이 고객센터만 설치 가능하고 최소 계좌 잔액만 설정하지 않는다는 조건만 지키면 인가 신청이 가능하다. 감독규정은 은행업과 동일한 원칙을 적용받고, 일부 규제에 한해 인터넷은행에 맞춰 운영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렇다보니 해외에서 영업하는 인터넷은행은 은행이 아닌 전자금융업자에 가까운 영업을 하는 곳도 있다. 인터넷은행의 개념이 국내보다 포괄적이라 그만큼 다양한 사업자들이 출몰하고 있는데, 혁신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설립을 반기고 있다. 홍콩만 해도 올해 초에만 8개의 인터넷은행을 인가했다.

홍콩, 중국, 일본 등의 인터넷은행에는 알리바바, 라쿠텐 같은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주로 진출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에 진출하는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주로 진출하는 국가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현금결제 위주의 사회인데 카드 이용 비율이 적은 탓에 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결제 사업자들로선 틈새 공략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홍콩의 2019년 1분기 신용카드 결제 이용 현황ⓒ데일리안 한국과 홍콩의 2019년 1분기 신용카드 결제 이용 현황ⓒ데일리안

여신금융협회와 홍콩금융관리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용카드 승인 건수는 한국 29억9000만건, 홍콩 1억6200만건으로 차이가 난다.

현금 위주의 사회에선 카드 단말기 보급률이 낮기 때문에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어도 결제가 불가능할 때가 있다. 인터넷 상거래 결제 시 카드 이용이 필수인데, 전자지갑인 페이(Pay) 사업을 가진 업체로선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간편결제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페이 사업의 경우 결제자 수를 강력한 기반으로 금융서비스를 연계하는데 장점이 있다"며 "해외는 은행과 같은 금융 인프라가 잘 구축되지 않아 인터넷은행이 근본적으로 잘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업체의 경우 결제로 얻는 수수료 이익보다는 결제 고객에 대한 신용정보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확보해 본업의 경쟁력을 챙기려고 하는 의도로 인터넷은행 진출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결제사업도 금융업의 일환이라고 보는 금융권의 시각과 달리 IT 기업은 이를 철저히 분리하고 있는데, 성장에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도 팽팽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급결제 시장은 경쟁이 심화된 상태에다 그 안에서 축적된 신용정보 등을 활용하는 데에는 각종 제약이 뒤따른다"며 "알리바바의 경우 전자상거래업체에서 출발해 결제 시장으로 확장했고, 결국 은행업까지 뛰어든 만큼 시장성을 확대하고자 한다면 뱅킹 라이선스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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