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엄태구 "매 작품이 도전, 연기는 나의 꿈"
영화 '판소리복서'서 주인공 병구 역
"신선하고 재밌는 이야기에 끌려"
영화 '판소리복서'서 주인공 병구 역
"신선하고 재밌는 이야기에 끌려"
엄태구(35)는 실제와 작품 속 모습이 상반된 배우다. 인터뷰로 만날 때마다 쑥스러워하는 그는 영화 속 강렬한 모습과는 정반대다.
이번에 들고 온 '판소리복서'(감독 정혁기·10월 9일 개봉)는 실제 엄태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영화는 과거의 실수로 무기력한 현재를 살아가던 전직 프로복서 병구(엄태구)가 '판소리 복싱'이라는 엉뚱하고 이상한 자신만의 복싱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단편 '뎀프시롤:참회록'(2014)을 장편으로 옮긴 영화는 전혀 안 어울릴 듯한 판소리와 권투를 소재로 절묘하게 버무려 따뜻한 코믹 휴먼 드라마를 완성해냈다.
그가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인 엄태구는 전직 프로복서 병구 역을 맡아 처음으로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
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엄태구는 "이야기가 신선하고 재밌어서 장편으로 완성했을 때 재밌을 듯했다"며 "여러 코믹 요소가 있는 휴먼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엄태구가 맡은 병구는 펀치드렁크(뇌세포손상증) 진단을 받은 복서. 평소에는 어수룩하고 엉뚱한 듯 보이면서도, 판소리 복싱을 할 때만큼은 진지하고 열정 넘친다.
그간 선보인 작품 속 거친 캐릭터와 달리 실제 엄태구는 수줍음이 많고 순한 청년이다. 이번에 맡은 병구는 실제 엄태구와 꼭 맞는 캐릭터다. "병구와 비슷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사회 생활할 때 나오는 모습이 병구와 비슷해요. 병구처럼 이성이 어렵기도 하고요(웃음)."
민지(혜리)와 로맨스도 풋풋했다. 혜리와 로맨스가 너무 좋았다는 그는 "혜리 씨 밝은 에너지가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며 "혜리 씨 덕분에 나뿐만 아니라 병구 모두 기분이 '업' 됐다"고 수줍게 웃었다.
'안시성'에서 설현과도 로맨스 연기를 한 바 있다. "설현 씨랑은 둘 다 낯을 가려서 대화를 많이 하지 못했어요. 근데 연기할 때 잘 나와서 만족했습니다. 혜리 씨와는 대화를 자주 한 덕에 편한 분위기 속에 연기했죠. 둘 다 저에겐 도전이었어요."
이성관을 묻자 "밝은 사람이 좋다"고 미소 지었다.
엄태구는 촬영 기간을 포함해 6개월간 복싱 연습을 했다. 선수들이 보기에도 '진짜 복서' 같은 느낌을 주려고 최선을 다했다. 복싱에 연습에 매진하다 보니 어깨에 무리가 가기도 했다.
영화 제목은 '뎀프시롤'에서 '판소리복서'로 바뀌었다. 엄태구는 "다소 투박한 제목이지만 영화랑 잘 어울린다"고 했다.
'판소리 복서'라는 소재가 꽤 독특하다. 실전에서 판소리 복싱을 활용해 경기에서 이기는 선수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장단에 맞춘 동작은 스스로 아이디어를 짰고, 주변 의견을 구했다. 택견이나 탈춤 같다는 의견도 들었다.
마지막 복싱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병구는 자기 마음대로, 자유자재로 판소리 복싱 동작을 선보인다.
2007년 영화 '기담'으로 데뷔한 엄태구는 '잉투기'(2013)로 얼굴을 알린 이후 '차이나타운'(2014), '밀정'(2016), '택시운전사'(2017), '안시성'(2018), '구해줘2'(2019)에 출연했다. 비중 상관없이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는 그다.
엄태구는 "악역을 할 때는 지칠 때도 있는데 정반대 역할을 할 때는 자유로웠다"며 "이번 영화에선 코믹 연기를 선보였는데, 일부러 코믹 연기에 중점을 두지 않았다. 진짜 같은 연기를 하려고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발음 연습에 대해선 "교회에 다녀서 성경을 또박또박 읽으려고 한다"고 했다.
낯을 가리는 엄태구는 연기만 하면 '확' 돌변한다. 연기를 통해 전혀 다른 엄태구의 모습을 만나는 재미도 있을 듯하다. "연기를 하는 순간은 재밌는데 과정은 두렵고 떨려요."
차기작은 '낙원의 밤'이다. 건달 역할을 맡았다. 또 건달 역할이라서 걱정되지 않냐고 했더니 "건달 연기를 이렇게 길게 한 적은 없었다. 박훈정 감독과 누아르 작품을 할 수 있어 기대된다"고 웃었다.
'판소리 복서'는 누군가의 꿈에 대해 얘기하는 영화다. 엄태구에게 꿈은 '연기'다. "매 작품이 도전이고 그나마 제가 잘할 수 있는 건 연기예요. 포기하기 싫어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거요? 결혼이죠. 집에 들어갔을 때 누군가 있었으면 합니다."
영화는 또 잊고 지낸 꿈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배우도 걱정이 많을 법하다. "걱정은 매일 해요. 다른 걱정할 겨를이 없답니다. 기도를 많이 하는데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