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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정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통해 국민연금 경영개입 길 터줘”


입력 2019.12.03 17:39 수정 2019.12.03 17:40        이도영 기자

국민연금 주식투자, 올해 9월 기준 122조원

韓,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공적연금운용 개입

3일 한국경제원구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가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개최한 ‘시행령 개정을 통한 기업경영 간섭, 이대로 좋은가’ 정책 세미나에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오른쪽 네 번째) 등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데일리안 이도영 기자
국민연금 주식투자, 올해 9월 기준 122조원
韓,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공적연금운용 개입


정부가 지난 9월 입법예고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국민연금의 경영개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3일 한국경제원구원은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와 ‘시행령 개정을 통한 기업경영 간섭, 이대로 좋은가’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으로 경영개입의 길을 터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의 입법을 예고했다.

시행령은 현재 경영 개입으로 규정된 행위 중 일부 항목을 제외시키면서 상장사 주식의 5% 이상 보유한 기관투자자의 보고 및 공시 의무를 완화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의 경영개입 권한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행령의 대상이 모든 기관투자자라고는 하나 현실적으로 주요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투자자는 국민연금과 외국계 투기펀드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주된 목적은 국민연금의 민간기업 경영개입을 보다 용이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김 본부장은 설명했다.

한경연이 우리나라와 일본·캐나다·네덜란드의 연기금 위원장 프로필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정부 인사가 연기금 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다른 나라는 기업 부회장, 전 대학 총장, 전 의원 등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장관은 대통령의 명령을 받는 사람이므로 다른 나라처럼 국민연금의 독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이 현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는 2013년 83조에서 2019년 9월 기준 122조원으로 39조원 증가했다.

유 실장은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향방이 개인, 외국인, 기관투자가 등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국내기업 주식투자 현황 등을 정례적으로 공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 앞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조양호 회장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후 미국 플로리다연금, 캐나다공적연기금 등 해외투자자가 연임 반대의사를 표시했다고 유 실장은 설명했다.

다른 투자자들이 국민연금의 방향을 따라간다며 대한항공 사례는 국민연금이 오너 일가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친 사례이며 앞으로도 유사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 실장의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적연금이 국내주식 의결권을 보유한 17개 회원국을 분석한 결과 정부가 공적연금운용에 직접 개입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에 유 실장은 “정부가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은 민간 기업 경영에 관여할 수 있다”며 “기업 경영권이 안정돼야 생산성 증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도영 기자 (ld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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