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좋은말 대잔치'…북핵폐기 방안 실체는 '?'

전문가 "비핵화에 중국의 역할 기대는 허상…대북압박 형식에 그칠것"

전문가 "비핵화에 중국의 역할 기대는 허상…대북압박 형식에 그칠것"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중정상회담이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중국의 상투적인 평화 분위기 지지선언에 정부가 부화뇌동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 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문재인 대통령이 거드는 모양새가 됐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한 이해와 입장이 일치 한다"며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양국 입장은 문 대통령 집권 이후 통하는 부분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대화가 중단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최근 상황은 한중 양국은 물론 북한에도 결코 이롭지 않다"며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했다.

이같은 양국 발표문은 북한의 도발 위협과 핵무력 강행 움직임에 대한 일체 우려 표명도 없이 회유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울러 북핵 폐기를 견인하기 위한 실체적인 대응 방안 없이 시 주석은 '대화와 협상'을, 문 대통령은 '대화의 모멘텀'만 강조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 생존과 안보위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시국토론회가 개최되고 있다. ⓒ데일리안

또 양 정상은 최근 중러가 유엔에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비핵화를 촉구하겠다는 핵심 목표에서 벗어나, 오히려 북한에 '핵폐기 없이도 제재 완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시국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중국은 북한에 아무런 조치 없이 '대화와 협상'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을 내세워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 하려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드러났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중국은 북핵 문제를 매개로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대(對)한반도 영향력을 축소시키겠다는 이른바 쌍중단·쌍궤병행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중국이 진정으로 북핵 폐기를 바란다면 유엔 안보리에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내놔선 안됐다"고 말했다.

또 손용우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교수는 "북한의 생존은 중국의 사활적 이익이며 중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며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허상이고 설령 대북압박에 협조한다고 해도 형식에 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손 교수는 이어 "북한의 핵 보유를 반대하던 중국은 북한이 2013년 국토 전역에 은닉 가능한 제3차 우라늄 핵실험을 벌이자 한국·일본의 핵무장만 막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며 "현 북중러 대 한중일 구조 속에서는 북한의 핵무장이 오히려 중국의 안보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