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를 통해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을 실감한다. 1970~80년대 학교 앞 분식점에서 볼 수 있던 초록색 점박이 플라스틱 접시를 사용하는 식당, 오래된 자개장이나 과거의 골동품들을 인테리어로 활용한 카페, 1980~90년대 음료 회사에서 홍보용으로 나눠줬던 옛날 유리컵들이 유행하고, 옛 음악이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시대다.
엔터테인먼트, 식품,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뉴트로’(New와 Retro를 합친 신조어)는 여전히 뜨거운 이슈다. 패션 분야에서 시작된 뉴트로 열풍이 점차 대중문화 분야로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낯선 과거라는 새로움을 동시대적으로 해석하고 경험하려는 탐구심이 이 현상의 중심이 된다.
트렌드에 민감한 미디어도 뉴트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방송가, 특히 음악 분야에서 이 같은 현상이 돋보인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유행에 엄청난 파급력을 만들어 낸 건 SBS였다. SBS는 1990년대 후반 방영됐던 ‘인기가요’를 유튜브 채널 ‘SBS KPOP CASSIC’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했고, ‘온라인 탑골공원’(‘온라인’과 노년층이 많이 모이는 서울 종로의 ‘탑골공원’을 합친 신조어‘)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이후 방송가에서는 옛 음악을 다루는 콘텐츠들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뉴트로 음악 방송의 원조격으로 불리는 JTBC ‘슈가맨’은 지난 2015년을 첫 시작으로 벌써 시즌3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출연하는 옛 가수들에게 쏟아지는 러브콜만 봐도 프로그램의 인기를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최근에는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도 일종의 뉴트로 열풍으로 볼 수 있다. ‘어른들의 전유물’로 평가되던 트로트를 TV조선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을 통해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기는 음악으로 만들었다.
이밖에도 MBC ‘다시 쓰는 차트쇼 지금 1위는?’ ‘낭만클럽’, KBS2 ‘뮤직셔플쇼 더 히트’, tvN ‘음악동창회 좋은가요’ ‘쇼! 오디오자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지난해 방송계를 휩쓸었다. 올해에도 이 기세를 이어가고자 SBS Fil ‘콩다방’, 27일 방송되는 KBS JOY ‘이십세기 힛-트쏭’, 31일 방송되는 Mnet ‘퀴즈와 음악 사이’가 그 주인공이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프로그램은 노홍철, 신지, 김나영, 이국주, 설하윤 등이 출연하는 ‘퀴즈와 음악 사이’다. 관계자는 “’탑골 감성’을 자극하는 1990~2000년대 음악과, 이와 관련한 퀴즈, 여기에 Mnet만이 간직하고 있는 영상 자료를 더해 그 시대를 생생하게 돌아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 ‘퀴즈’라는 독특함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방송됐던 다른 뉴트로 음악 프로그램과 크게 다른 구성은 아니다. 또 단순히 퀴즈로 과거의 음악을 소개하는 것에 그친다면, 뉴트로 음악 프로그램의 후발주자로서 가치가 떨어진다. 열풍이 오랜 시간 지속되는 만큼, 지금까지 주목받지 않았던 새로운 부분을 재조명하거나 세대의 공감을 끌어내는 건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