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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이 온다’…삼성물산 5년 만에 정비사업 복귀한 이유는?


입력 2020.03.13 06:00 수정 2020.03.13 05:38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삼성물산 나홀로 클린수주→정부·지차체·민간 합동

수주잔고 하락…계열사 공사에만 의존할 수 없는 환경


래미안 조감도ⓒ삼성물산 래미안 조감도ⓒ삼성물산

‘클린수주’를 외치며 사라진 ‘삼성물산’이 5년 만에 정비사업장으로 돌아왔다. 삼성물산은 준법경영을 강조하는 그룹의 이념에 따라 혼탁한 정비사업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하지만 최근 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합동해 업계에 클린수주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복귀의지를 보이고 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 입찰보증금 500억원을 가장 먼저 납부하며 복귀 신호탄을 쐈다. 앞서 지난달에는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현장설명회에서도 설명회 참여 보증금 10억원을 가장 먼저 납부한 바 있다.


‘래미안’ 브랜드로 대표되는 삼성물산은 과거 강남 정비사업 시장을 휩쓸며 승승장구했으나, 지난 2015년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마지막으로 정비업계와 이별했다.


삼성물산은 그룹차원에서 준법경영을 강조해왔으나 정비사업은 시장 특성상 준법 테두리를 지키기 어려운 곳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2015년 제일모직과의 합병이슈로 과열경쟁에 대한 부담감이 이전보다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업계는 해석해 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장에서는 금품과 향응 제공이 당연한 분위기로, OS요원(홍보대행사 직원)을 쓰지 않는 등 광고와 접대에 공을 들이지 않으면 수주를 따내기 어렵다”며 “삼성물산이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수주에서 참패한 것도 ‘나홀로 클린수주’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정비업계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건설사가 금품·향응 또는 재산상 이익을 제공 또는 약속할 경우 시공권이 박탈되는 것은 물론 2년간 정비사업을 수주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최근 한남3구역 수주전을 계기로 서울시의 정비사업 관리 감독도 강화됐다. 서울시는 모니터링과 함께 입찰 전 단계에 변호사·건출기술자 등 전문가를 파견하는 공공지원 제도를 도입했다. 대형 건설사들도 수주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개별 홍보활동을 자제하기로 하는 등 공정성·투명성을 위해 업계도 변화의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그룹의 가치인 준법경영 기준을 넘어서는 사업은 하지 말자는 회사의 결정이 있었다”며 “다만 이러한 사업 이념을 다른 회사에까지 강요할 수는 없었는데, 이제 업계에서 클린수주에 대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복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성물산 건설사업부문의 지속적인 수주잔고 감소, 래미안 브랜드의 공급이 뜸해지면서 브랜드 가치하락과 매각설이 돌았던 것도 복귀 주요 사항 중 하나로 보인다. 2015년까지 삼성물산의 주택 수주잔고는 2015년 13조원가량 이었으나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에는 절반가량 급감했다.


과거와 달리 건설사업부에서 삼성전자 등 계열사 공사 수주를 이전만큼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부담감도 있다. 그동안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한해 수주물량 50% 이상이 계열사 공사였지만, 앞으로 계열사 공사는 지난해 신설된 하이테크사업부가 주로 담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신반포15차 조감도 ⓒ서울시 신반포15차 조감도 ⓒ서울시

건설업계는 ‘왕의 귀환’이라고 불리는 삼성물산의 복귀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래미안이라는 이름은 대중성과 고급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며 “가뜩이나 서울의 정비사업 물량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대형 건설사들 위주로 클린사업과 별개로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참여에 대해 신반포15차 재개발 조합 측은 “래미안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있으니 조합원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상황”이라면서도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다른 건설사들에 대한 분위기도 고루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한편 신반포15차는 기존 5층짜리 8개 동 180가구에서 지하 4층∼지상 35층, 6개 동, 641가구로 탈바꿈한다. 공사비는 2400억~2500억원 규모다. 새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 총회는 다음달 1일 서울 서초구 엘루체컨벤션에서 열릴 예정이다. 기존 4일에서 앞당겨졌다.


앞서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은 2017년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설계 변경에 의한 공사비 증액 규모를 두고 대립하다가 지난해 12월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대우건설과 일부 조합원은 법원에 총 5건의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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