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에 임대료 부담 갈수록 커져...입점 대기업 예외 아니지만 제외
식음료‧면세업계 매출 직격탄…‘임대료 인하’ 한 목소리
인천공항공사 “정부 지침없이 임대료 산정 방식 바꿀 수 없어” 모르쇠
“그야말로 참담한 심정입니다.”
인천공항에 입점된 한 식품업계 관계자의 한숨 섞인 하소연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인천공항공사에 입점한 식품·외식업체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공항을 찾는 발걸음은 뚝 끊겼지만 매달 정해진 금액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공항 및 고속도로 휴게소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식음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컨세션 사업은 최근까지 가파른 성장률과 높은 매출을 자랑하는 이른바 ‘노른자’ 사업으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골치덩어리로 전락했다. 상황이 더 길어질 경우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는 공항에 입점한 SPC, CJ푸드빌, 아워홈 등 대표 식음료업체들을 불러 모아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의견차는 좁히지 못했다.
이날 참석한 업체들은 매출에 연동된 임대료 책정 등의 방식으로 임대료 한시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임대료 최소보장 계약에 따라 매출과 상관없이 일정한 임대료를 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금일 간담회는 전날 중소면세점 간담회와 유사한 분위기였다”면서 “‘국토부와 정부지침 없이는 공항공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없다’ 라는 입장만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입점 업체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사는 지난달에도 인천공항에 입점한 식음료 매장의 대표단을 불러 현안을 점검하고, 위기 극복방안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이번 간담회에서도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갈등의 가장 큰 요소는 ‘임대료 인하’다. 공항 이용객이 뚝 끊기면서 입점 업체들의 임대료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상황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앞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 할 것이라는 게 업체들의 우려다.
실제, 입점 업체들의 부담은 매달 커지고 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에 입점해 있는 식음료업체들의 2월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0~50% 가량 감소했다. 이대로라면 3월 매출 감소폭이 더욱 클 것이라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그럼에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에 대해 업체들은 유감스럽다는 반응이다. 세들어 사는 ‘슈퍼을’ 입장에서 먼저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는 점도 불안감을 높이는 요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 매장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더 이상 피해를 감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메르스 때 질본이 꾸려졌듯, 이러한 국가적 위기상황 발생 시 공항, 터미널, 역사 등 운영에 대해서도 긴밀하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국가적 방안이 시급하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여객 수가 이전과 비교해 85% 정도 감소했기 때문에 정상화 되기까지 장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호소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를 ‘국가 재정’으로 규정하고 기존 산정 방식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임대료를 국가계약법을 준수해 거둬야 하는 세수로 보고 있다. 세수와 연결되는 문제이므로 임의로 인하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면세점 업계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임대료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천공항에 점포를 운영 중인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 면세점 모두 코로나 사태 이후 매출이 60∼70% 감소했다. 김포공항 롯데면세점은 하루 평균 1억∼2억 원이던 김포국제공항점 매출이 최근 ‘제로(0)’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무기한 영업중단에 들어갔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공공기관에 입점한 업체 임대료를 6개월간 25∼30% 인하하기로 했지만, 인천공항공사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한해 임대료를 인하하기로 해 대부분 대기업인 입점업체들은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중견기업으로 분류돼 인하 대상에서 제외된 에스엠면세점은 정부에 임대료 조정을 촉구하며 인천공항 면세사업권 신규 사업자 입찰을 포기하기도 했다.
인천공항의 한 입점업체 관계자는 “현재 전국가, 전세계적 재난이기 때문에 식음료업체뿐 아니라 모두가 힘든 시기다”면서 “공사 측과 긴밀히 협조해 잘 극복해나갈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