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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전기차 배터리 전쟁, '순망치한' 되새겨야


입력 2020.04.03 07:00 수정 2020.04.02 21:59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현대·기아차, LG화학-SK이노베이션 배터리 병행 사용 '상호 보완' 관계

상호 분쟁 와중에 중국 업체에 시장 내주는 실수 범해선 안돼

ⓒ데일리안DB ⓒ데일리안DB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등 배터리가 사용되는 차종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병행해서 사용한다.


이를테면 플랫폼을 공유하는 현대차 아이오닉과 기아차 니로의 경우 하이브리드는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하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사용하고, 전기차 모델의 경우 아이오닉은 LG화학의 것을, 니로는 SK이노베이션의 것을 사용하는 식이다.


만일 이 중 한 업체가 사라진다면 다른 한 곳이 현대·기아차의 배터리 공급을 독점하게 될까?


답은 ‘예스’보다 ‘노’일 가능성이 높다. 한 곳이 사라진다면 그 빈자리는 해외의 다른 업체가 차지할 공산이 크다.


제조사들은 안정적인 공급선 확보를 위해 핵심 부품의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야 한 업체에 문제가 생겨 공급 차질이 생겨도 바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상위 배터리 업체 세 곳이 모두 한국에 있다는 행운을 누리고 있고, 현대·기아차에게 있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상호 보완의 관계다.


이런 상황에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라는 사상 초유의 소송에 나서고 있다.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은 사업 방향이 벼랑으로 내몰릴 수 있는 상황이다.


LG화학은 2017년 이후 백여 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면서 관련 핵심 기술마저 빼앗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정당한 인력 수급을 통해 기술 유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양측이 소송뿐 아니라 여론전을 통해 서로를 비난하며 한국의 배터리 산업을 바라보는 세계의 경외심에도 얼룩이 지고 있다. 이번 소송의 최종 결과는 오는 10월에나 나올 예정으로, 앞으로 이런 모습을 반 년은 더 이어갈 형편이다.


이를 웃으며 지켜보는 이들은 중국 배터리업체들이다. 중국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시장 영향력을 키워왔던 중국 배터리 업계는 최근 중국 정부로부터 ‘배터리 보조금 연장’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3강 체제로 지난 2월 글로벌 시장에서 40%라는 사상 최고 점유율을 기록한 한국 배터리 업계로서는 다시 한 번 긴장의 끈을 다잡아야 할 상황이다.


입술과 이빨은 때로는 서로 거치적거리고 귀찮은 일이 생기지만 하지만 상호 보완적인 존재다. 국내 업체간 다툼으로 중국 업체에게 시장을 내준다면 순망치한(脣亡齒寒)의 후회만 남게 될 것이다.


배터리 산업은 전 세계가 노리는 차세대 먹거리다. 배터리 강국의 지위는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배터리 강국으로 이끌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보상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극적인 화해에 이르길 기대한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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