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플라자] 선화공주님은 행복했을까?

정상환 한경국립대 객원교수 (desk@dailian.co.kr)

입력 2026.03.18 07:30  수정 2026.03.18 07:30

정상환 한경국립대 객원교수 기고

유언비어, '뉴스'라는 고상한 이름표

게이트키핑 능력 상실 '자칭 언론'

내보내는 콘텐츠에 무한 책임져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자신의 뉴스를 검색하고 있다. ⓒ뉴시스

감자 몇 알로 공주의 운명은 바뀌었다.


백제의 '서동요' 이야기다. 어느 날 서동의 감자를 받아든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서동을 밤에 찾아간다." 노래는 금세 퍼졌다.


시장에서도, 길에서도 아이들은 그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퍼졌지만 사실 여부를 확인한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소문은 여론이 되었고, 결국 공주의 운명까지 바꾸어 놓았다.


유언비어의 힘이다.


사실 유언비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지금은 '뉴스'라는 고상한(?) 이름표를 붙였다.


이를 '가짜뉴스'라고 부르지만, 이는 모순된 표현에 가깝다. 뉴스는 사실(Fact)을 바탕으로 한 결과물이며, 사뉴스는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사실이 아닌 것은 뉴스의 자격을 갖기 어렵다. 가짜에 '뉴스'라는 고귀한 이름을 붙여주니 대중은 그것이 마치 대안적인 정보인 양 착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뉴스가 아니라 그저 '유언비어', '소문', '거짓'일 뿐이다.


그리고 이 용어는 점점 정치적 수사가 되어 간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정보는 '허위, 음모'라 부르고, 상대를 공격할 때는 '의혹'을 밝히라며 몰아붙인다.


결국, 입장에 따라 어떤 것은 '가짜뉴스'가 되고, 어떤 것은 '진실 규명'이 된다.


유언비어는 우리 사회를 어지럽게 한다.


2008년 광우병 파동은 소문과 공포가 결합하면 사회가 얼마나 빠르게 흔들리는지를 보여줬다.


인터넷과 방송을 타고 확산된 공포는 거대한 거리 시위로 이어졌다.


과학적 논쟁은 사라지고 분노와 불안이 사회를 지배했다.


황우석 사태도 떠올려보자.


당시 한국 언론은 과학자를 영웅으로 만들었다.


의심은 애국심 부족으로 취급됐고 검증보다 열광이 앞섰다.


결국 무너진 것은 한 연구자의 명성이 아니라 언론의 신뢰였다.


나는 강의에서 이런 말을 한다.


"사실은 진실이 아니고, 진실은 진리가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편의점에서 한 여성이 분유를 훔쳤다. 사실만 보면 절도다.


그러나 그 여성이 돈 없는 미혼모로 굶주린 아기를 위해 훔쳤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렇다고 돈이 없으면 훔쳐도 되는가. 또 다른 문제다.


그래서 언론이 필요하다. 사실을 넘어 맥락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언론은 팩트를 확인하고, 진실의 맥락을 짚고, 마지막에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진리의 잣대로 보도를 증명해야 한다. 이 단계가 빠지면 뉴스가 아니다.


확인 또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언론에는 '문지기'가 있다.


기사를 내보내기 전에 누군가는 확인하고, 누군가는 의심하고, 누군가는 책임을 진다.


그 과정을 게이트키핑(gatekeeping)이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문(gate)를 스스로 제거한 '자칭 언론'이 버젓이 활개한다.


소셜미디어 매체는 누구에게나 마이크를 준다.


말은 노래보다 더 빠르게 퍼지고, 소문은 영상이라는 날개를 달고 떠돈다.


아파트 게시판 공지문 하나에도 관리소장의 '검(檢)'인이 찍히는데, 관리사무소만도 못하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러한 유언비어를 유포하면서도 뒤로는 발을 빼는 무책임이다.


"방송국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라거나,


"필자의 의견은 본사의 논조와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는 언론의 비겁한 방어막이 되었다.


매체는 자신들이 내보내는 콘텐츠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플랫폼만 빌려줬으니 책임이 없다는 논리는, 술잔에 독을 타든 상관없다는 것과 같다.


최근 김어준의 유튜브에서 이른바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 거래설'이 언급되며 논란이 되고 있다.


파급이 커지자 그 발언은 출연한 전직 기자가 한 것이지, 제작진은 관여한 바가 없다는 식으로 발뺌했다.


아무리 유튜브라지만, 책임은 발언자 개인에게 돌아갔다.


거짓과 음모의 주술사라는 일각의 비판을 고려한다면 그의 대응은 그 답다는 평이다.


엄격한 원재료 검수와 정교한 공정 관리,


그리고 '불량률 제로'를 향한 '고객존중'의 공장은 자신의 제품에 끝까지 책임을 진다.


하물며 사람의 생각과 사회의 흐름을 다루는 언론을 참칭했다면,


그 공정은 공장의 기계보다 더 정교하고 윤리적이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검증 없는 소문은 '뉴스'가 아니고, 불량품이 나오는 공장은 '공장'이 아니다.


그나저나 '사기(?) 결혼의 피해자'인 선화공주는 그 후 행복했을까?


글/ 정상환 한경국립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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